“2세에게 물려줄 자작곡 음반 만들고 싶어 모였죠”…퓨전국악밴드 아트팩토리 마디

  • 최보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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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0-17 08:20  |  수정 2017-10-17 09:25  |  발행일 2017-10-17 제29면
음악전공 대구·경북 20∼30대
태권도 시범단과 콜라보도 계획
“문화소외계층 마음 치유하고파”
20171017
대구 남구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대구·경북 출신 청년들로 꾸려진 퓨전국악밴드 ‘국악아트팩토리 마디’를 만났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준표·강동민·임승호·박희재·권민창·임소영·신혜원씨.

2015년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때, 한 지역축제에서 같은 무대에 서게 된 20~30대 지역 출신 청춘들이 공연 후 술자리에 모였다. 가지각색의 악기 전공자가 모인 곳에서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음악을 해 보자’고 결의했다. 이후 비영리법인을 세웠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함께 무대에 올랐다.

국악기에 더해 서양 악기인 베이스와 드럼까지 갖추게 된 청춘들은 밴드 이름을 ‘국악아트팩토리 마디’로 붙였다. 경상도 사투리로 매듭을 뜻하는 ‘마디’라는 단어처럼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다.

애초 팀 결성 목표는 ‘훗날 자식에게 물려줄 자작곡 음반을 만들자’는 것. 지난 2일 그들이 꿈꾸는 마디의 미래 모습을 대구시 남구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들었다. 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 대다수가 참석해 매듭처럼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했다.

마디의 단장을 맡고 있는 강동민씨는 “각자 본업은 따로 있어요. 음악과 관련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모인 거죠. 좋은 친구들과 욕심없이 음악을 만들고 이걸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바람이에요”라고 팀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마디에는 팀원마다 다채로운 사연이 모여있다.

“중학교 때부터 (국악기와의) 악연이 시작됐다”며 너스레를 시작으로 국악기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박희재씨(28·국악 타악기·대구시립국악단), 국악을 전공한 이모·이모부의 영향을 받았다는 강동민씨(30·피리 및 태평소·김천시립국악단), 어릴 때 가수를 꿈꾸다 소리로 전향하게 된 홍준표씨(30·소리·프리랜서), 친구 따라 입단한 동아리에서 어깨너머로 기타를 배우다 베이스에 꽂혀 방향을 급전환했다는 임승호씨(34·베이스기타·사업), 5세 때부터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임소영씨(39·건반·김천시립국악단), 중학교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해금을 시작하게 된 신혜원씨(28·해금·김천시립국악단),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불던 대금 소리가 좋아 덩달아 대금을 불게 된 권민창씨(23·대금 및 소금·영남대 재학), 대구 남구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 중인 조대철씨(31·드럼·사업)로 구성돼 있다.

고향은 모두 대구와 구미, 안동, 포항 등 경북권으로,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구예술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이다.

마디가 연주하는 퓨전국악에 대해 박희재씨는 “전통성에 기반한 퓨전”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전통을 살리되 한국 악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음역대가 있거든요. 그걸 서양 악기로 채우는 거죠. 또 서양 악기가 있으면 대중이 더 친근하게 느끼기도 하잖아요.”

이 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남자 판소리꾼이 있다는 것.

홍준표씨는 “서울과 전라도에는 남자 판소리꾼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에는 활동 중인 남자 판소리꾼이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채로운 팀의 구성만큼 청중에 따라 팀 색깔을 다양하게 변모시킨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국악동요를 편곡해 연주한다. 마디의 연주에 맞춰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장년층이 청중으로 오는 자리에는 나이에 맞춰 편곡한 가요를 선보인다.

마디만의 매력을 묻자 단장 강씨는 “무궁무진하다는 거죠”라고 말한 뒤 웃었다.

강씨는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있어요. 젊어서 이것저것 해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최근 이들은 퓨전국악 연주와 태권도를 같은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한 대학교 태권도 시범단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또 해외 한인회와 연락해 타국에 있는 한인들에게 퓨전국악을 들려줄 계획도 갖고 있다. 뜻만 맞다면 대구의 다양한 국악밴드와 함께 공연하고 싶은 의사도 있다.

더 많은 문화소외층에 퓨전국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디는 “지역엔 이미 우수한 팀이 많죠. 그런데 저희는 단순히 음악만 연주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거든요. 특히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서 마음을 치유해 주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들은 다양한 문화공모사업을 통해 장애아동시설이나 마을 노인회관 등에서 공연해 오고 있다.

마디의 미래를 묻자 “마디를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더 필요한데 비교적 신생팀인 만큼 더 노력해야죠. 영남권에 있는 퓨전국악팀 하면 마디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들이 될 수 있도록 섭외 요청과 후원도 많이 부탁드려요”라고 말했다. 010-5767-3345

글·사진=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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