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탈원전 피박 덮어쓴 영덕

  • 남두백
  • |
  • 입력 2017-11-16   |  발행일 2017-11-16 제30면   |  수정 2017-11-16
[취재수첩] 탈원전 피박 덮어쓴 영덕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동안 순항 중이던 민선6기 영덕군의 스텝이 크게 꼬였다. 영덕군은 2010년 군의회 만장일치를 바탕으로 신규 원전 유치를 신청하고 2012년 정부의 신규 원전 예정지로 고시됐다. 이어 2015년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영덕읍 노물리, 석리, 매정리 일대(319만㎡)에 2028년까지 신규 원전 2기를 짓기로 했다.

당시 군내 분위기는 원전 예정지 부지 보상, 상주~영덕고속도로 공사, 동해중부선 철도공사 등으로 개발 기대감이 상당했다. 부동산과 건축 경기 호황은 수년간 이어졌고 영덕의 땅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원전 백지화로 활발했던 부동산 거래가 뚝 끊어지고 군지역 전체 땅값도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 공사마저 마무리되자 일부에서는 “고속도로 덕을 보는 강구항 상가 말고는 뭐가 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원전 예정지역 주민과 원전 건설에 찬성한 상당수 주민은 허탈감 섞인 불만의 눈길을 영덕군에 보내고 있다. 특히 마을 전체가 이주 대상인 석리 주민의 경우 지난해부터 영덕군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농성과 항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덕군과 반대 입장을 폈던 군의원들을 상대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영덕군이 수년간 통장에 넣어뒀던 정부의 원전유치 지원금 380억원이 뜨거운 감자다. 한 푼이 아쉬운 영덕군의 재정 형편을 고려하면 큰 금액이고, 그냥 되돌려주기엔 아까운 돈이기 때문이다.

석리 주민들은 이 돈을 예정지역의 주민 피해보상에 써야 될 것이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 영덕군이 만약 380억원을 그대로 정부에 뺏긴다면 ‘그냥 줘도 못 먹는 XX’이라는 등의 비난이 거셀 게 불 보듯 뻔하다.

사실 이 돈은 영덕군의회의 반대로 한 푼도 사용을 못했지만 영덕군이 변명의 이유로 내세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탈원전을 앞세운 정부가 사용 승인을 해줄 것이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영덕군은 “수차례에 걸쳐 정부를 방문해 하소연했지만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며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영덕군에서 어떻게 했는지(출입 불허 등 원전 건설에 비협조)를 생각해 보라”며 싸늘한 분위기를 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지난달 26일 이희진 영덕군수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천지원전의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지만 통할지는 의문이다.

새 정부의 바뀐 정책으로 꼬인 문제를 민선7기를 향한 영덕군이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면서도 걱정된다.

남두백기자<경북부/영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