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돌고 도는 대구 문화계 인사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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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7   |  발행일 2017-11-17 제23면   |  수정 2017-11-17
[조정래 칼럼] 돌고 도는 대구 문화계 인사

문화계 ‘이너 서클’이 있는 것인가. 문화계를 좌지우지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특정인들이 돌아가며 기관·단체장 자리를 독식하다시피 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가. 아무래도 일단의 ‘문화권력’이 막후에서 인사농단을 하고 있다는 예단 외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외부인들의 눈에 비친 대구 문화계의 속살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요즘 들어 부쩍 문화 관련 기관·단체장의 회전문 인사가 호프집 취객들의 안줏감으로 도마에 올라 격앙의 침을 튀기게 한다. 전국을 무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이대로 폐쇄된 우물 안에서 변화와 세대교체를 거부하고 있다가는 대구가 창조도시는커녕 불임의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목청을 한껏 높이곤 한다.

대구의 보수성 내지 폐쇄성은 열린도시를 지향해야 할 대구가 극복해야 할 전반적인 취약점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짧지 않은 기간의 성찰과 반성의 결과 일부 분야는 첨단은 아닐지라도 두각을 드러내며 전국을 선도하는 위상과 자리를 차지하는 혁신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계, 특히 기관·단체장 인사를 둘러싸고는 여전히 말들이 많고 구태를 답습하거나 오히려 퇴행의 조짐마저 보여 걱정스럽다. 몇몇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단체장을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게 그 단적인 예다. 문화예술적 소양 이전에 윤리적·도덕적 자질이 더욱 중요시돼야 하지만 경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굳이 급을 매기기는 어렵지만 ‘소령 출신이 대위 자리로 갔다’는 비아냥은 그나마 우스갯소리에 가깝다. 규모가 큰 단체에서 기초 단위로 간 것은 풀뿌리 자치의 정신에 부합하니 이해할 만하다는 평가도 있기에. 하여튼 대구 문화 예술계에 수장 자리를 할 사람이 그렇게도 없나 하는 질타가 쏟아지는 건 틀림없다.

문화예술상 갈라먹기도 손가락질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예총 대구시연합회에서 주는 대구예술상은 으레 수석부회장에게 돌아간다. 예총 집행부 임원들이 끼리끼리 상을 나눠먹는다는 비판을 자초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자 스스로도 염치없는 관행이기도 하다. 전도유망한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줘야 할 판에 기성의 유명 예술인들이 지위와 명예를 독차지한다는 눈총까지 사는 일이다.

이러한 그릇된 관행은 지난 독재시절 ‘체육관 선거’나 다름없는 후진적 예총 회장 선거 방식에서 이미 잉태된다. 한마디로 예술상이 선거 공신들에게 수여하는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수상자 역시 당연시하기보다는 고사하는 게 자존감을 높이고 염치를 아는 처사다. 더욱이 지역 기업에서 시상하는 문화상의 경우 심사위원들이 오랜 기간 고정적으로 심사를 하는 바람에 공정성 시비까지 낳고 있다. 일례로 미스 코리아를 뽑는 심사위원은 콘테스트 전날 밤에 위촉됐다고 통보를 받는다.

대구 문화예술계 기관·단체장의 인사와 운영행태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탄을 받게 되는 최대 원인 제공자로는 대구시를 비롯한 구·군 민선 단체장들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표 계산을 앞세우게 되는 민선 단체장은 문화재단과 그 대표를 정치적 관변세력으로 여기면서 문화의 행정 종속을 가져왔다. 수성구에 이어 북구 등 기초지자체가 잇따라 문화재단을 설립한 것도 민선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과 구청장·군수가 문화단체장들을 정치적 수족쯤으로 여기는 게 문화단체의 현주소라면 시급히 주소지를 옮겨야 한다.

지방정부의 문화 마인드 혁신이 중요하다. 예산을 비롯한 행·재정적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문화예술계의 잃어버린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지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 예산의 독과점 문제는 물론 엄정한 집행 또한 행정의 손길에서 벗어나야 오히려 더 개선될 수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문화예술계가 이너 서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않는 염치 실종의 도덕적 무기력과 권태에 절어 있다면 하루빨리 명정(酩酊) 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 대구문화예술계가 관의 입김으로부터 벗어나 자립할 수 있을 때에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도는 회전문 인사 난맥상도 비로소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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