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선두주자 베트남…신흥 금융시장으로 주목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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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8   |  발행일 2017-11-18 제11면   |  수정 2017-11-18
20171118

베트남이 포스트 차이나 선두주자로 부각되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금융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이 이어지면서 증권사들도 베트남 주식시장 진출에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고, 그 관심이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의 경제 상황, 인구 구조상 성장 가능성, 투자 이후 회수 등의 안전성 등을 분석하고, 향후 현지 금융시장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을 검토해본 뒤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은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의 ‘포스트 차이나 선두주자, 베트남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자’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 개방정책을 실시한 이래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덕분에 최근 중국의 뒤를 잇는 대표적인 신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산업 분야의 경우 고성장, 저물가, 저실업 등 거시경제 환경이 양호한 상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2012년 5.2%까지 하락했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2% 수준으로 회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6.5%로 예상되고 있다. 실업률도 2005년 5.3%에서 지속적으로 하락, 2015년 이후 2.4%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물가가 문제로 지적됐던 적도 있지만, 2012~2014년 정부의 통화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2015년 이후부터는 안정세를 찾는 상황이다.


고성장·저물가·저실업…거시경제 양호
외국인 직접투자도 꾸준한 증가세 보여
베트남 ‘VN지수’ 연말까지 상승 전망
국내 증권사, 현지법인 설립 투자 확대

전문가 “아세안 진출 교두보로 충분해
10년 이상 멀리보고 투자 나서야” 조언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이 이어지는 등 대외경제 여건도 괜찮은 편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 여건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대부분은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및 제조업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올해 상반기 19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전체 투자액의 약 80%에 해당하는 것이다.

1988년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된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3천63억달러에 이르고, 이 중 한국은 545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투자국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은 일본(461억달러), 싱가포르(412억달러), 대만(305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다만 자국기업보다는 외국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전체 수출에서 외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점은 위험요소 중 하나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성장 잠재력이다.

베트남 근로자 임금수준은 중국 등 경쟁국들에 비해 낮은 반면 노동력의 질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의 인구는 약 9천400만명인데 경제활동가능 인구의 평균연령은 30세가 안 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인건비는 한국의 15%,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국민의 교육열이 강해 한국의 1970년대를 생각하면 된다”면서 “노동가능인구가 많은 데다 교육수준까지 높을 경우 한국처럼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 등으로 세계은행은 2020년까지 베트남의 평균 GDP 성장률을 6.5%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도시화가 진전되고 있고, 양질의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면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현재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아직 30%대에 머물러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투자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현대경제연구원은 2009년 1천680만명이던 베트남 중산층 인구는 2020년 5천580만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사들은 장밋빛 전망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베트남 대표지수인 VN지수가 연말까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근거로 목표 밴드도 840대에서 880대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은 14조3천억동(약 6억3천만달러)에 이르는 등 해외 자금 유입에 힘입어 대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지표 호전, 유동성 확대로 지수의 추가 상승 모멘텀도 충분한 상황이어서 VN지수는 연말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한국투자증권 측은 예상했다. VN지수는 10월 말 기준 현재 837포인트 수준이다.

여기에다 11월에는 기업실적과 베트남 정부의 금리인하 등의 호재도 있을 것으로 기대돼 주가상승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베트남 증시 랠리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고, 정부의 통화완화정책 노력으로 6월 이후 금리 하락과 대출 증가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창구지도 형태로 시중 은행의 금리인하를 유도하고 있고,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예금금리 인하도 선행적으로 진행했다. 더욱이 최근 금 가격 및 동·달러 환율이 내리고 있어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출 여지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 3분기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5%를 기록, 3분기 연속 성장세를 거듭했고, 올해 예상 연간 경제성장률은 6.8~7%로 정부 목표치(6.7%)를 상회하는 수준이어서 4분기 경제성장률은 7%대 후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자본시장도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의 시가총액은 867억달러(약 100조원)로, 2005년(5억달러)보다 170배 이상 커졌다. 베트남 정부가 나서 외국인투자 지분한도를 30%에서 49%로 완화(2005년)하고 국영기업의 증시상장도 적극 추진했다. 덕분에 최근 5년간 500개 이상의 국영기업이 증시에 입성했고 2015년에는 아예 외국인투자 지분한도를 100%로 늘렸다. 지난 8월부터는 주식거래시장 외에 파생상품시장이 열려 주가지수선물과 국채선물 등도 거래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내증권사들은 베트남 자본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선진국시장은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이 대부분 점유한 데다 국내시장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6월 베트남법인에 650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해 자본금 규모를 1천억원으로 늘렸고, NH투자증권은 통합 이전인 우리투자증권 시절 베트남증권사 CBV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KB증권도 베트남 매리타임증권을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2010년 베트남 현지증권사인 EPS증권의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법인 KIS베트남을 설립한 뒤 44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지분율을 92.3%로 확대했고,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베트남법인을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한류를 발판으로 중산층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인프라 건설과 대외원조를 연계해 투자 기회를 선점하는 동시에 베트남을 주변 아세안 신흥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에도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금융시장의 경우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10년 이상 멀리 봐야 하는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또 베트남 증권사가 76개나 난립한 상황인 데다 자본시장이 짧은 기간 급격하게 성장했음에도 규모가 여전히 국내시장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어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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