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TK지방선거 기상도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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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7   |  발행일 2018-02-27 제30면   |  수정 2018-02-27
민주·한국·바른미래 대결
TK地選에선 낯선 3각구도
상당한 위기감 느낀 한국당
함량미달의 단체장 등 퇴출
대구 女전략공천 배제 가닥
[화요진단] TK지방선거 기상도
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지난 설 때 고향을 찾은 한 정치평론가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대한 질문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는 거다. 그 전에만 해도 최소한 “누가 될까? 어느 당이 좋을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여러 사람을 꽤 많이 만났어도 선거나 후보를 입에 올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대구시민, 경북도민들이 정치에 관심 없다기보다도 너무나 큰 실망을 한 나머지 애써 외면하려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비판보다 무관심은 더 무섭다. 무관심 속에서 대구·경북의 4년을 결정할 정치리더가 뽑혀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한다면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그나마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폐막한 만큼, 아마도 앞으로는 이전까지의 ‘그들만의 리그’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런데 사실 맘을 열고 들여다보면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는 관심을 가질 만한 요인이 꽤 있다. TK지역에서 2014년 지방선거와는 여러 가지 점에서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경쟁 속에서 인물을 골라 보는 ‘재미’는 선거 민주주의 제도 속에 사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우선은 자유한국당이 보수 심장부 TK지역 수성에 나서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도전하고, 중도를 자처하는 바른미래당이 가세하면서 지방선거에선 낯선 3자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경북도당은 ‘불모지’로 여겼던 TK지역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내 보수일변도의 정치지형을 바꿔놓겠다는 의지다. 지난 총선을 통해 김부겸(수성구갑)·홍의락 의원(북구을)이 TK 입성에 성공하면서 용기를 얻는 측면이 크다. 다만 민주당 중앙당의 동진 전략이 PK(부산·경남)에 집중되면서 TK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점이 걸리기도 한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선 결과에 따라 TK에서 존립 기반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TK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경우 한국당과 경쟁구도를 이어가면서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소멸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현역 구청장이 바른정당 출신인 대구 중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최대한 많은 후보자를 내세워 3각 경쟁체제를 이끌 것이 확실하다.

두 당의 공세 속에서 그동안 ‘본선 경쟁’을 별반 걱정하지 않았던 TK 한국당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선지 공천개혁안의 핵심은 ‘함량미달’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과감히 퇴출시키고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신인과 여성을 적극 공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울러 시의원·구의원 단위로 내려가면 중선거구 정도로 봐야 하기 때문에 3인선거구일 경우 ‘진보’로 넘어갈 경우가 있다고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지난번과는 확실히 다른 공천 모드다. 이를 위해 자격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한다는 방침이다. 공관위 심사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으로 통과되면 해당지역 의원의 의견을 100% 반영해 선거에 출마시킨다. 한국당 TK 지방선거 공천은 해당지역 당협위원장이 결정짓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공천에서 ‘상향식 공천제’를 적극 도입, 기초의원 후보까지 경선으로 뽑았는데 ‘기득권’만 보호되었을 뿐 선거 후유증이 커 전력 손실이 컸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았다.

TK 한국당이 여성·청년을 우대하겠다고 하지만 기초단체장 전략공천지역을 따로 지정하지는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대구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훈 의원(대구시당 위원장)은 “대구가 세 번이나 여성을 기초단체장으로 전략공천 해왔다. (이번에 다시 전략공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말 필요하다면 경북에 한번 해 봐야 한다. 특히 전략공천 했던 여성단체장이 다른 당으로 가서 의미도 퇴색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여성·청년이라고 해서 지역에서 활동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공천할 경우 다른 정당에 의석을 빼앗길 수 있으므로 ‘융통성’ 있게 공천하겠다고 한다.

어쨌던 TK에서 펼쳐지는 3각 대결의 결과는 ‘지역 리더’로 대권에 나서려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행자부장관, 한국당 홍준표 대표·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의 앞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다가올 지방선거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될 또 다른 이유다.이영란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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