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한국당의 공천파동과 TK의 선택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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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4   |  발행일 2018-05-04 제23면   |  수정 2018-05-04
[조정래 칼럼] 한국당의 공천파동과 TK의 선택
논설실장

한국당의 TK 공천 후유증이 심각하다. 역대 최악의 공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 더 큰 문제다. 무소속 출마가 줄을 잇고 있지만 과거처럼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치리라는 낙관 탓이다. 한국당을 바라보는 TK 유권자의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은 외면당하는 모양새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에 의한 무리한 물갈이 시도는 공천 농단에 가깝다. 이른바 현직, 특히 3선에 도전하는 시장·군수들은 21대 총선을 염두에 둔 새판짜기의 희생양이 됐다. 공천학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공천전횡이 이번에도 또다시 용인될 것인지 TK의 선택을 묻지 않을 수 없다.

TK 한국당 공천파동과 그 원인은 가히 백태(百態)라 할 만하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 제기에 이어 실제 여론조사가 재실시되고 경선과정에 대한 전면 불신도 잇따랐다. 시·도당은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 지지자들에 의해 점거당하고 공당의 사무실이 무소속 출마선언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이들의 시위가 한국당과 결별을 선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당선돼서, 소위 살아서 돌아오마라는 애교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참으로 어안이 벙벙하고 헷갈리니 웃을 수밖에 무어라 토를 달기가 쉽잖다. 공천 결과에 승복 약속을 했다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는 행보도 신의를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기존 중앙 정치권의 퇴행적 모습의 판박이다. 무소속의 선전이 얼마나 될지 관심사다.

시·도당 공관위의 무기력과 무능은 두고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당협위원장의 반대에 따른 공천 번복은 우왕좌왕 갈팡질팡 공천의 대명사로 부족함이 없었고, 이 과정에서 중앙당의 뜬금없는 개입은 현장 중심의 공천 방침을 범접했다.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사이의 불협화음은 공천파행을 부채질했다. 범죄 경력자와 역량이 의심되는 인물이 단수추천되면서 사천(私薦)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먹구구 경선관리 또한 공천 불복에 불을 댕겼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의 소산으로 치부되는 한국당의 이같은 공천 파행은 어떻게 진화를 거듭할지 두고 볼 일이다.

홍준표 리스크는 설상가상이다. 그의 거침없는 막말이 시원하긴 하지만 당내 인사들조차 비판을 하고 나서니 ‘나홀로 하이 킥’이고 어김없이 ‘똥볼’로 판명난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로 평가하는 홍 대표의 정국인식은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졌다. 같은 당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를 두고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 카투니스트는 희평(戱評)을 통해 ‘더민주 일등공신’으로 그렸고, 정두언 전 국회의원은 민주당 선대본부장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발(發) 역풍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쓰나미로 덮칠 지경이다. 홍에 대한 비판 자체를 문제삼으며 두둔하는 TK 일각의 분위기는 또 뭔가.

TK의 공천 파동이 한국당에 국한된 것만은 물론 아니다. 보수까지 한국당과 바른미래로 양분되는 등 다당제 구도가 처음으로 전개되면서 과거와는 사뭇 다른 공천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다소 굉음을 내고 다툼을 벌이는 공천정국이 중앙 정치권력의 간섭에 의한 퇴행만 아니라면, 지방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지방의 과도기적 진통이라면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여지껏 지방선거의 선택기준이 당을 보고 찍는 묻지마 투표였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투표 행태가 6·13에도 재현될지 새삼 주목된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당의 대리전이 돼선 곤란하다. 지방 정치인이 국회의원의 하수인 일색이어서는 더욱 곤란하다. 당보다는 인물 중심, 정책 중심 선택이 필요하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실종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6·13은 그래서 지방의 탈식민지의 원년 선거로 기록돼야 한다. TK는 정당에 대한 선택지도 과거에 비해 대폭 넓어졌다. 한국당의 공천 파동과 오만을 견제하고 대체할 대안정당도 인물도 적지 않다. 유권자의 감식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6·13 TK의 선택이 지방정치 부활을 위한 태풍을 부른 날갯짓으로 기록됐으면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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