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곁들여 서양미술사 ‘마술같이’ 재미있게 풀어내

  • 손선우,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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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31 08:20  |  수정 2018-05-31 08:20  |  발행일 2018-05-31 제28면
영남일보CEO아카데미
마술사 오은영씨 강연
마술 곁들여 서양미술사 ‘마술같이’ 재미있게 풀어내
마술사 오은영씨가 지난 29일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마술과 함께하는 명화 산책’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같은 시대의 그림인데요, 뭐가 다를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작품 3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은 비슷했다. 청중 가운데 누군가 “천사의 날개가 있고 없는 게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강연자인 마술사 오은영씨(43)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머금었다.

“차이점은 세 가지입니다. 배경과 인체의 비율, 표정이 있고 없고가 다릅니다.” 청중 사이에서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씨는 “3점의 그림은 모두 중세시대 작품입니다. 이 중 인체의 비율이 동일하고 통곡하는 인물의 표정을 그려낸 화가 지오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작품만 위대한 그림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2점은 성경 내용을 그대로 그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미술양식에서 탈피한 지오토는 르네상스 회화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오씨의 말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졌다. 비슷하다고 본 작품들의 차이점을 실감한 것이다.

지난 29일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특강에서 회원들은 강연 내내 즐거워하면서도 진지했다. 오씨는 마술사인 직업과 미술사를 공부한 이력을 살려 강연을 이끌었다. 작품 설명이 길어질 때면 어김없이 마술을 보여주며 몰입도를 높였다.

미술을 접목한 마술 ‘아트 앤 매직’은 국내 최고의 여성 마술사인 오씨의 전매특허다. 그는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명화의 배경과 숨은 의미들을 소개해 쉽게 미술상식을 쌓도록 도와주는 강의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마술과 함께하는 명화 산책’. 오씨는 “변혁의 시기에 있던 미술작품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술의 역사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답을 찾아보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힘차게 말했다.

오씨는 회화에 원근법을 최초로 적용한 ‘마사초’, 그리스·로마시대의 부활을 상징하는 작품을 그려낸 ‘보티첼리’, 물감에 기름을 섞는 유화 기법을 고안한 ‘얀 반 에이크’ 등 르네상스 시대에서 회화의 변혁을 이끈 화가들의 작품을 들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오씨는 한국외국어대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항공사 승무원이 됐지만 취미로 시작한 마술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마술사가 됐다. 여성 마술사가 드물던 시절 독한 연습 끝에 2003년 홍콩세계마술대회에서 E.I.M.C. AWARD를 수상했고,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홍보마술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남서울예술종합학교 매직엔터테인먼트과 교수를 겸하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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