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경산화장품단지와 빅데이터 네트워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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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12   |  발행일 2018-10-12 제22면   |  수정 2018-10-12
맞춤형 화장품 활성화되면
중소형 기업도 세계화 기회
경산화장품단지에 기대감
진부한 네트워킹은 버리고
공동의 가치 추구 모색해야
[경제와 세상] 경산화장품단지와 빅데이터 네트워크 전략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K-뷰티라는 이름으로 중국을 넘어 동남아, 중동, 유럽, 북미까지 진출하려고 한다. 하지만 K-뷰티의 열매가 소수 대기업만이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 널리 보급되려면 갈 길이 멀다. 중소 화장품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 최근 화장품법 개정으로 ‘맞춤형 화장품’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맞춤형 화장품은 이미 제조되거나 수입한 화장품에 다른 원료를 추가할 수도 있으며 내용물을 적은 분량으로 나눠서 판매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영세한 규모의 화장품 업체가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더 반가운 소식은 경산시와 경북테크노파크가 중소형 화장품 기업의 세계화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서 나선 것이다.

여러 목적이 있지만 산업단지의 주된 기능은 유사한 업종의 기업들을 집단적으로 설치해 교육·연구·업무·유통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장품단지를 설립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우선이겠지만, 소프트웨어적 정책이 없다면 결국 외로운 박물관이 되고 말 것이다. 소프트웨어적 정책이란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의 내생적(endogenous) 혁신전략이다. 지금까지 산업단지 전략은 외생적(exogenous) 변수만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외생적 전략에 치중하다보니 하드웨어인 물리적 공간과 기본 인력만 갖추고 기업 간 네트워킹을 주문하는 것으로 정책이 종료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렇다보니 산업단지는 저렴한 땅값을 노리고 입주하는 부도덕한 기업들의 부동산 투자처가 되기도 했다.

경산화장품단지는 영세한 지역기업이 개별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기반시설의 확충과 빅데이터 정보 처리를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는 내생적 혁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개별 기관이 남기는 발자국들을 고립된 채로 두면 안 된다. 처음부터 호환 가능한 데이터로 축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개별 주체들이 사업을 수립하고 수출을 실행하는 모습을 서로 관찰할 수 있다. 즉 상호학습에 근거한 내생적 혁신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내생적 전략은 공통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경북지역연합회(경북과총)와 대구경북연구원 공동세미나에서 박찬익 대구한의대 교수는 경산화장품단지의 성공은 인근 대학과의 상시적 멘토링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네트워킹 전략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체인(chain), 동심원(circle), 별(star), 와이(Y)다. 체인 네트워킹은 길게 줄을 지어 한 줄로 늘어선 것이다. 체인에는 앞에서 전달된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보내는데 집중할 뿐 피드백이 없다. 민주적 네트워킹으로 알려진 동심원은 구성원의 만족도는 높지만 정보의 과부하가 발생한다. 그래서 공공이 주도하고 대학과 기업이 따라가는 중앙집중식 별 모델이 선호돼 왔다. 그러나 스타 전략은 허브(hub)를 중심으로 위계화되면서 황제기관의 독점을 가져오곤 했다. 반면에 Y형은 매개자가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네트워킹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다.

데이터 생성단계에서부터 네트워킹을 염두에 두는 것은 화장품 클러스터 전체의 브랜드 제고와 마케팅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의 소비자들은 가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선진국 소비자는 완성된 제품의 아웃풋(output)뿐만 아니라 양질의 생산 과정을 포함한 아웃컴(outcome)을 중요한 구매요인으로 여긴다. 경산화장품단지가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면 참여기관들을 그저 이어주는 진부한 네트워킹 전략을 버려야 한다. 인적·물적·지적 자원들의 교환과 유통이 개별 기관들의 경계를 넘어선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책은 네트워킹의 실질적 의미보다 형식에만 치중해 왔다. 산학관연 협동이라는 강제된 연결에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캐치업(catch-up) 국가인 시기에 이러한 하향식 정책은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캐치업 정책으로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경산화장품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도 최적의 빅데이터와 네트워킹 전략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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