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의 정치풍경] 친박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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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2-20   |  발행일 2018-12-20 제30면   |  수정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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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평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선을 친박의 단결, 도로친박당의 부활로 해석하는 관전평이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한국당 의원 100여 명 중에 진짜 친박은 20여 명 정도이고 복당파 혹은 비박이라 불리는 의원은 20여 명 정도입니다. 어느 쪽도 아닌 60여 명이 당권의 향배를 결정하는데 이들이 이번에는 친박도 비박도 아닌 나경원을 택했습니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와 총선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새로운 지도세력이 형성되겠으나 친박이나 비박이 다시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한 번 보수를 지배했던 정파가 다시 살아나 보수의 지도세력이 된 사례는 없습니다.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 등 새 지도자는 모두 보수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외부에서 수혈됐습니다. 보수의 속성이 원리 지향이 아니라 실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자유한국당의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21명의 실세 의원들을 과감히 탈락시킨 것만 봐도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건 이미 지나간 과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여권은 유독 친박 공격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여당은 자유한국당이 친박이라는 극우 바이러스에 오염될 것을 걱정해줍니다. 공무원들은 짐 싸들고 다니며 친박 색출에 골몰합니다. 세간에서는 기무사의 전 사령관 이재수 장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도 박지만씨의 친구라서 검찰의 가혹한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최근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이 해임되거나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퇴임압력을 받는 이유도 그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아직도 박씨 일가가 은닉한 재산 300조원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친박 몰이가 먹히는 이유는 그들이 그동안 쌓아온 오명 때문입니다. 친박을 팰수록 국민이 환호합니다. 그러나 과유불급입니다. 이제부터는 친박 죽이기가 오히려 피해 당사자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칼 든 자에 대한 분노를 유발할 겁니다. 여권이 근거 없이 마녀사냥 한다고 욕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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