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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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1-02 08:58  |  수정 2019-01-02 08:58  |  발행일 2019-01-02 제25면
“자본주의의 문제 제기…현실과 진실의 極點 향해 폭주”
[제2회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심사평

올해 2회를 맞이하는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본심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11월 사이에 출간된 7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하였다. 등단 10년에서 20년 차에 이르는 중진 시인들의 시집은 현재 한국 시단의 흐름을 압축해 놓은 듯 다채로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시 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느낄 수 있게 했다.

이 즐거움은 심의 과정에서는 곤혹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수상작으로 부족함이 없는 탁월한 시집들이 많아 선택의 괴로움을 통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한아의 두 번째 시집 ‘울프 노트’를 구상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대한 탐구 혹은 탐닉, 감각과 감정에 대한 과도한 집중, 내적 필연성이 부족한 시적 기획 등 최근 시단의 우려스러운 현상에 대한 반발이 일부 작용하기도 했다.

정한아의 ‘울프 노트’는 사회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묵직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제기하면서도 새로운 시적 장치와 발화 형식을 가동하고 있다. 텍스트들의 풍부한 상호성이 새로운 목소리와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고, 놀이와 사유가 어우러져 있으며, 그 저변에는 한국사회의 추악한 ‘죄’들을 해부하는 예리한 메스가 감추어져 있다.

특히 ‘울프씨’ 연작은 독특한 캐릭터와 극적 양식을 채택해 단순한 실험성을 넘어 시적이며 정치적인, 더불어 시적이어서 정치적인 시의 탁월한 예를 성취하고 있다.

이 시집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다는 듯 현실과 진실의 극점(極點)들을 향해 폭주하면서도 아주 서정적인 일도 동시에 하고 있다. 김수영의 요소가 섞여들어 있는가 하면, 누구의 독자도 제자도 공조자도 아닌 ‘시인 정한아’의 단독 시적 투쟁이 철저히 관철되면서 독보적인 시세계가 구축되고 있다.

부서지고 썩은 현실의 지옥에서 정한아가 빚어내는 시들이 “녹슬지 않고 구부러지지 않는 강철”(‘대장장이의 아내’)의 시로 계속 연단되기를 빌며, 정한아 시인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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