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트럼프의 트윗 중독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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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2   |  발행일 2019-03-12 제31면   |  수정 2019-03-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윗 광(狂)으로 유명하다. 밤낮이 없다. 내용도 세상을 들고 놓을 중대사안까지 망라돼 있다. 정책 신호는 물론 중대 결심도 트윗으로 날려버린다. 재래식 정치인들이 즐겨하는 정제된 성명서는 생략된다. 아날로그 정치인은 분명 아니다. 트윗 중독을 놓고 세계 최강국 대통령의 체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있지만, ‘악랄하고 부패한 주류 언론’으로 규정하듯 자신에 비우호적인 국내 언론 환경을 극복하려는 수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로 거의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상황에서도 트윗을 즐겼다. 지난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도발했다. 가만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트윗으로 곧장 반격했다. 트럼프는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의 정권의 누군가가 알려주길 바란다. 나의 핵 버튼은 그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그리고 나의 버튼은 작동한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초등 수준의 유치한 힘자랑. 크기에 대한 트럼프의 집착’이라고 비꼬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직후에도 트럼프는 끊임없이 트윗을 날렸다. 자신의 러시아 내통설을 겨냥한 민주당 주도의 의회 청문회를 겨냥해 “핵 정상회담 와중에 사기꾼(전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동원해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회담에서 내가 걸어나온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은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최근 하이라이트가 터졌다. 상대는 과거 대선에서 자신과 1대 1 토론을 벌였던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힐러리가 지난 5일 다음 대선 불출마 소식을 전하자 트럼프는 “사기꾼 힐러리가 2020년 불출마를 공언했다. 나와 상대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녀가 정말 몹시도 그리울 것”이라고 노골적인 트윗을 날렸다.

힐러리도 만만찮았다. 역시 트윗으로 영화 속 여주인공의 대사를 인용했다. “너는 왜 그렇게 나한테 집착하니(obsessed).” 남성 현직 대통령과 여성 전직 국무장관의 믿기 어려운 트윗 공방이다. 문득 이런 실없는 궁금증이 났다. 한때 르윈스키와 염문을 뿌려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런 트럼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박재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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