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생활 서러움 잘 알아…결혼이주여성 엄마같은 존재 되고 싶어”

  • 문순덕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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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3-13   |  발행일 2019-03-13 제14면   |  수정 2019-03-13
■ 경주 <사>자비원 박삼희 원장
20대시절 일본생활 경험 토대로
10여년간 다문화가정 여성 돌봐
어버이날 찾아오면‘보람의 눈물’
“당당한 대한민국 구성원 자리잡길”
“타국생활 서러움 잘 알아…결혼이주여성 엄마같은 존재 되고 싶어”
박삼희 원장이 경주의 자비원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삼희씨 제공>

10여년째 타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딸처럼 돌보는 박삼희 <사>자비원 원장(67·경주시 양북면). 그는 스무 살 때 기능인으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서러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주여성들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가정 불화로 무작정 집을 나온 이주여성들이 마음 붙일 곳이 없는 타국에서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모습을 본 박 원장은 2006년부터 자비원을 운영하면서 다문화 가정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친정엄마 역할을 했다.

경주의 양남, 양북지역에서 모인 44명의 이주여성을 혼자 힘으로 돌보기에는 힘이 들어 때때로 포기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손을 놓아버리면 “저들이 누굴 의지하며 살겠나”라는 생각에 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고 했다.

박 원장은 이주여성들이 국내에서 적응하는데 필요한 언어와 문화, 정보화 교육, 산후조리 서비스, 아이 돌보기 등을 제공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 싫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잘 살아보겠다는 이들을 보며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다 보니 갓난아기에게 급한 일이 닥쳐도 응급처치 방법을 몰라 밤중에 전화를 받고,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뛴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보살핀 딸과 손주들이 어버이날에 자비원에 찾아와 “엄마, 엄마” “할머니~”라고 부를 때면 보람의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을 혼자 힘으로 돌보기에 벅차, 도움의 손길을 내민 곳이 월성원자력발전소였다. 이주여성들이 우리 언어와 문화를 마음 편히 배우고 익히는 공간이 필요한 시기에 월성원전의 도움으로 2009년 양북면에 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센터는 이주여성들의 놀이터와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로 시집 온 딸들이 당당한 대한민국 아줌마로, 아이들은 이 나라의 보배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봤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자비원 원장뿐만 아니라 양북 새마을부녀회 회장, 경주시 새마을부녀회 회장, 양북면 청소년 선도위원장 등을 맡아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행정자치부 장관상,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받기도 했다.

박 원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협조 덕분”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보람된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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