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配慮(배려)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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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17   |  발행일 2019-04-17 제30면   |  수정 2019-04-17
1차로만 고집하는 운전자
교통법규 위반 여부 떠나
대형 교통사고 원인 제공
OECD 사고 1위 불명예
스위스 배려운전 배우자
[동대구로에서] 配慮(배려)
임성수 정치부장

퇴근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두 면에 걸쳐 놓은 차량 때문에 주차공간을 못찾아 힘든 적이 있다. 올해 초 주차장 두 면을 사용해 비난을 받자 “비싼 외제차의 ‘문 콕’ 방지를 위해 두 면을 사용했다”고 너무나도 당당하게 밝힌 운전자가 새삼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주차 등 한국인들의 운전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운전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추월차로가 주행차로로 바뀐 착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고속도로의 경우 1차로는 추월차로다. 하지만 편도 4차로 고속도로를 운행하다보면 1차로에 차들이 빼곡한 반면, 3·4차로에는 차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트럭이나 관광버스가 1차로를 점령할 때도 있다. 자동차전용도로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한 용무 때문에 빠르게 이동할 수밖에 없는 운전자들은 2~3차로, 심지어 4차로를 이용해 추월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언젠가부터 ‘4차로가 추월차로’란 말이 나올 정도다. 문제는 주행차로로 추월하다 발생하는 교통사고 대부분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다른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추월차로만 고집하는 차량이 사고를 유발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쭉 1차로’ 운전자들은 “제한속도 내에서 운전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이용해야 한다는 교통법규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기억으론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편도 2차로 고속도로에서 1차로는 추월 차량을 위해 많이 비워져 있었던 것 같다. 고속도로순찰대의 현장 단속도 종종 목격되곤 했다. 추월차로를 왜 별도로 두는지 운전자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지난해 11월 지방분권 취재로 스위스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해 체류 열흘 동안 직접 운전을 했다.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은 것도, 국외에서의 운전도 처음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운전할 때와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고속도로 편도 2·3차로 중 1차로에는 추월하는 차만 있을 뿐 우리나라처럼 다른 운전자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쭉 1차로’ 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초행길이라 2차로 운행이 많았는데 1차로에서 2차로로 급하게 변경하는 차 때문에 처음엔 놀랄 때가 적지 않았다. 1차로로 추월하던 차가 자신보다 더 바쁜 뒷 차의 추월을 도와주기 위해 2차로로 차로 변경을 급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위협운전’ 수준이었다. 운전 둘째날까지는 적응이 잘되지 않아 놀랄 때도 있었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난 이후부터는 추월 차의 2차로 진입을 염두에 두고 운전을 했다.

귀국 후 지금까지 자동차전용도로인 대구 신천동로로 출근하고 있지만 추월차로인 1차로는 여전히 차들로 빼곡하다. 2차로는 상대적으로 많이 비워져 있다. 트럭은 물론 심지어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인 차까지 제한속도 시속 60㎞ 도로에서 50㎞ 이하로 1차로로 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학과시험을 준비하면서 분명히 다 배웠던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의 추월차로 및 지정차로에 대한 개념을 왜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대를 잡으면서 다 잊어버리는 걸까. 다른 차량 운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라디오 방송 공익광고에 등장한 한 여대생이 식당 아르바이트 당시 음식 그릇을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식사 후 정리해 주고 나간 손님이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며 상대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큰 배려가 아닌 작은 배려 하나가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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