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름철 냉방기기 안전관리로 화재 예방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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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09   |  발행일 2019-08-09 제21면   |  수정 2020-09-08
[기고] 여름철 냉방기기 안전관리로 화재 예방
정규동 (대구 달성소방서장)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기상청은 올해 여름도 평년과 같거나 조금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프리카’라고 불릴 만큼 강렬한 대구의 더위에 선풍기·에어컨·김치냉장고 등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이 시기에는 여름철 화재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에어컨 화재는 총 951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34명, 재산피해는 43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선풍기 화재는 705건, 인명피해 51명, 재산피해 73억원이 발생했다.

에어컨과 선풍기 화재 피해 규모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청은 2015~2017년 3년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및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NFDS)으로 접수된 에어컨 화재사고를 분석했다. 그 결과, 472건 가운데 63.3%인 299건이 실외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과열·과부하, 접촉 불량 등으로 인한 화재 86건(29.8%), 기기 노후·절연 등 노후로 인한 화재 69건(23.9%), 담배꽁초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 39건(13.4%) 순으로 집계됐다. 대구지역도 비슷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대구에서 발생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133건, 연평균 27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름철 사고는 61건(46%)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선 소방서에서는 폭염 기간이 해마다 길어지면서 에어컨 사용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했다. 발화 요인은 부주의(76건)와 전기적 요인(34건)이 8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담뱃불에 의한 화재는 부주의 중 96%(73건)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에어컨은 대부분 화재가 실외기에서 발생하지만, 선풍기는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진다.

지난해 7월 달성군 현풍읍 중리 한 상가건물 4층 병원에서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실외기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자 건물 안에 있던 시민 40여명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같은 달 대구시 중구 한 주택에서도 에어컨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천8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그래서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부터 에어컨 실외기 화재를 예방하고자 ‘실외기 확인 하이소’ 캠페인을 벌이며 대형건축물 80곳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을 실외기 내외부 청소 점검의 날로 지정 운영해 화재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한 시민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실외기 셀프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등 안전관리에 대한 홍보도 실시했다.

이러한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에어컨 실외기 화재를 예방하려면 설치부터 꼼꼼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직사광선을 피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벽과 10㎝ 이상 거리를 두고 설치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에어컨과 실외기 연결선은 단일 전선을 사용하고 훼손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장시간 에어컨을 사용한 뒤에는 잠시 전원을 끄고 열을 식혀야 하며 실외기 주변 점화원이 될 수 있는 먼지나 낙엽 등은 주기적인 정리가 필요하다.

과열로 인한 선풍기 화재도 우려된다. 예방법으로는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을 하지 말고, 배선이 꺾이거나 눌리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의 심장과도 같은 모터 부분이 뜨거워지면 잠시 사용을 멈추는 게 좋다.

이러한 수칙들은 평소에 누구나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잘 지키지 않고 간과해 화재로 이어진 사례가 많다. 즉 사소한 부주의와 무관심이 큰 화재로 이어져 귀중한 재산과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음을 각별히 명심하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에 철저한 점검과 안전관리로 시원하고 즐거운 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정규동 (대구 달성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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