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지수·국고채 금리 경고음…韓경제 ‘R의 공포’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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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19   |  발행일 2019-08-19 제3면   |  수정 2019-08-19
美中 무역분쟁 이어 日 수출규제
S&P “美 경기침체 가능성 상승”
홍콩 시위 사태도 불안 요인으로
7월 국내 제조업PMI 50 밑돌아
국고채 장단기 금리는 사상 최저
올 성장률 2% 미만 전망 늘어나
제조업 지수·국고채 금리 경고음…韓경제 ‘R의 공포’
지난 16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에서 불거진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영향으로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11.20포인트(0.58%) 내린 1,927.17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8포인트(0.93%) 내린 591.57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속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최근 내놓은 미국 경기순환 지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간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30∼35%로 상승했다. 전분기 25∼30%에서 한단계 올라갔다. 미국 국채 10년물과 3년물 금리가 3개월째 역전되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였다고 S&P는 설명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침체의 신호이자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기금리는 미래의 경제성장과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데, 향후 경기둔화가 예상될 경우 금리하락 기대감이 높아지며 장기금리가 하락,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게 미국 경제인데, 미국이 침체로 가면 우리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빠르게 하향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2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번 달 기준 2.0%로 7월(2.1%)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국내외 42개 기관 중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곳은 ING그룹(1.4%), IHS마킷(1.7%), 노무라증권(1.8%), 씨티그룹(1.8%), 모건스탠리(1.8%), BoA메릴린치(1.9%), JP모건체이스(1.9%) 등 11곳으로 늘어났다.

한국 제조업 경기 지수와 국고채 장단기 금리도 침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7월 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글로벌 제조업 PMI는 49.3을 기록해 지난 5월 이후 3개월째 50을 밑돌았다. PMI는 매달 기업의 구매담당 임원에게 설문조사를 해 집계하는 경기 지표로,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10대 수출대국 중 기준치를 웃도는 곳은 50.4를 기록한 미국과 50.7을 기록한 네덜란드뿐이다. 지난 4월 50.2로 기준치를 웃돌던 우리나라의 제조업 PMI는 7월 47.3으로 떨어져 중국(49.9)이나 일본(49.4)보다 낮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6일 오후 3시30분 기준 사상 최저인 1.172%로 떨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역시 사상 최저인 1.095%를 가리켰다. 장단기 금리 격차는 7.7bp로 2008년 8월12일 6.0bp를 기록한 이래 가장 작았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 사태도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홍콩 무역액은 480억달러로, 이 가운데 수출은 460억달러(약 56조원)에 달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넷째로 큰 규모다. 홍콩으로 수출되는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지난 12∼13일 홍콩 시위대의 홍콩국제공항 점거 이후 금융권 일각에서는 향후 사태가 악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중계무역 등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사태에 직접 무력으로 개입하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회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제정된 미국의 홍콩법은 미국이 비자나 법 집행, 투자를 포함한 국내법을 적용할 때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달리 특별대우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홍콩 사태는 미중 무역분쟁 등 다른 불확실성 요인과도 연계돼 있다"며 “사태가 나쁜 상황으로 번진다면 우리 경제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칠지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올해 2분기 한국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는 지난 4월호부터 5개월 연속이다. 2005년 3월 그린북 창간 이래 가장 긴 연속 부진 판단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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