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연기력’으로 무장한 신예 배우들 주목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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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11   |  발행일 2019-11-11 제23면   |  수정 2019-11-11
괴물신인 박지후 ‘벌새’ 파란 이끌어
‘어제 일은…’ 10대 3인방도 이목집중
김나연·권한솔·옥수분 등도 기대감
‘미친 연기력’으로 무장한 신예 배우들 주목

2019년은 신예 배우들의 활약이 유난히 더 돋보인 해였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혜성처럼 나타난 괴물 신인부터 독립영화에 출연해 폭발적인 연기력을 입증한 신인까지. 그 중심에 새로운 매력과 개성으로 무장한 10대 배우들이 있다. 베테랑 배우의 능숙하고 유려한 연기와는 또 다른 신선함으로 주목을 받은 그들은 이미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갈 대세 배우로 일찌감치 예약된 상태.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더 기대되는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다양성 영화 흥행의 포문을 연 ‘벌새’의 박지후, ‘우리집’의 김나연·김시아

최근 몇 년간 1만 관객 동원도 쉽지 않았던 한국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13만6천명(영진위 통합전산망 9일 현재)을 돌파한 ‘벌새’(8월29일 개봉)는 독립영화계를 넘어 한국영화계 전체에 파란을 일으켰다.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세 은희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은희는 주변 관계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와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든 건 신예 박지후의 열연 덕분이다. “당시의 드라마, 영화, 노래를 통해 은희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는 박지후는 은희를 특별한 아이가 아닌, 또래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10대로 그려냈다. 2003년생 박지후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가려진 시간’(2016), ‘조작된 도시’(2017), ‘목격자’(2017) 등으로 얼굴을 알렸고, 지난 5월 종영된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본격적으로 열일 행보에 나선 기대주다.

숙제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용기있게 직접 나선 아이들의 여정을 담은 ‘우리집’의 김나연과 김시아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나연은 극 중 맡은 하나 캐릭터가 김나연 본연의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가족의 불화를 지켜볼 때의 불안한 표정부터 반드시 가족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하는 당차고 단단한 얼굴까지,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감정 변화를 소화했다.

영화 ‘미쓰백’을 통해 만 열 살의 나이로 샤름엘셰이크아시아필름페스티벌(SAFF)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시아도 발군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어린 동생을 보살피는 야무진 맏이 유미를 연기했는데, 속 깊고 철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외로움을 타는 유미의 감정선을 섬세하면서도 미묘하게 잘 포착했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의 윤찬영·손상연·김진영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에는 위태로운 아이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윤찬영, 손상연, 김진영이 있다. 이들 역시 충무로가 주목하는 10대 배우들이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극중 캐릭터에 이입된 이들은 13년간 5천여명의 거리 위 아이들을 구해낸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의 실화 에세이를 다룬 이 영화의 호평을 유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먼저 윤찬영은 영화 ‘당신의 부탁’에서 보여준 성숙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후 ‘생일’을 통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 역을 맡아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에선 힘든 환경 속에서도 늘 당찬 모습을 잃지 않는 지근과 준영, 1인 2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유일하게 한 번의 오디션으로 캐스팅한 배우”라고 말한 이성한 감독은 “윤찬영은 인물이 처한 환경과 설정만 얘기해주면 그만의 해석을 통해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용주 역의 손상연은 ‘벌새’에서 은희의 오빠 대훈 역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이 감독은 “처음 만날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오디션이 아니라 용주 캐릭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며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지닌 배우”라고 전했다. ‘니나 내나’에서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진영은 어떤 상황에도 의연하고 솔직한 현정 역으로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연습을 같이하면 할수록 연기가 정말 빨리 많이 늘었다”는 이 감독의 말처럼 현정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로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하의 바람’의 권한솔·옥수분

독립영화 제작 지원의 이상적인 결과물로 꼽히는 ‘영하의 바람’은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길 바라는 영하의 이야기를 그렸다. 10대의 성장담을 다룬 이 영화 역시 빛나는 신예들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극중 19세 주인공 영하를 연기한 권한솔은 최근 tvN 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를 위시해 ‘악질경찰’(2018), ‘강철비’(2017), ‘군함도’(2017) 등으로 탄탄히 내공을 다져왔다. 첫 주연이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신예답지 않은 압도적인 연기로 극을 완벽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앞으로의 도약이 기대된다.

‘리틀 포레스트’(2018)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에서 얼굴을 알린 옥수분 또한 극 중 미진을 통해 자연스럽고 흡인력 있는 연기로 개성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유리 감독은 “많은 경험이 있는 배우들은 아니지만 훌륭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들이 조금씩 스스로의 연기를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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