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희의 독립극장]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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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4   |  발행일 2019-12-04 제30면   |  수정 2020-09-08
[서성희의 독립극장]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
오오극장 대표

지난 주말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주최하는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이 오오극장에서 열렸다. 이전에는 시민들이 그저 일방적으로 듣고, 일방적으로 보기만 하던 미디어에서 이제는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미디어 시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 역할과 2019년 한 해를 뒤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 첫째 날은 대구 시민미디어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시민이 참여한 프로그램의 활동 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청소년교육 문화공동체 ‘반딧불이’의 톡톡 튀는 활동, 시니어 영상제작단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의 적극적인 참여, 장애인 자립방송 ‘상상메이커’의 장애를 문화로 풀어내는 가능성, 시지마을 공유공간 ‘톡톡’에서 운영한 우리 마을 영화관 활동, ‘동네책방○○’ 협동조합의 마을 기록 학교의 활동 과정들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대구 시민미디어 생태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둘째 날은 실제로 대구 시민이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시민들이 만든 영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 소식을 전하고, 지역 내 교육, 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의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지역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는 참여와 소통의 장이 되었다. 시민들이 미디어로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작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주체로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고, 참여하는 시민이 되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결과적으로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은 대구 영상미디어 정책이나 대구영상미디어센터의 향후 사업 방향이나 요구 사항을 뚜렷이 드러내는 시간이 되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시민들이 만들어낸 제작 결과물이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상영될 수 있도록 적절한 공간이나 플랫폼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교육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는 대구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대구 시민이 유튜브를 비롯한 1인 미디어를 다양하게 제작하고 활용하고자 할 때 기자재부터 교육, 제작 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여러 커뮤니티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 기업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시민 개개인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 단체와 커뮤니티를 연결해 지역 미디어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허브로서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페스티벌의 한 발제자는 움베르토 에코의 말을 빌려 “문화란 공동체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 제안해주는 장치”라고 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낸 제작물이야말로 대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 한마디로 ‘뭣이 중한지’를 알려주는 가장 훌륭한 문화이다. 향후 몇 년 안에 대구 시민미디어 페스티벌에 대구 전 지역 139동 모두가 직접 미디어를 제작하고, 결과물을 선보이는 그날이 오길 꿈꿔본다.오오극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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