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적쇄신과 비전제시 없인 도로 새누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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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9   |  발행일 2020-02-19 제31면   |  수정 2020-02-19

문재인정권 심판론을 들고 새 출발한 미래통합당의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승민 의원이 영상으로만 모습을 드러내고 현장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유 의원이 탄핵의 강을 건너고 개혁보수로 나가자면서 제시한 보수 재건 3원칙에 대한 입장이 관철되지 않자 '혁신 없는 통합'에 대한 불만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당초 통합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는 전원 대열에서 이탈했다. 시민단체의 이탈은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성이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 중심의 기존 한국당 인사들로 채워진 데 대한 반발이다.

일부 개혁적 보수 세력의 이탈은 신당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제 당의 노선과 리더십의 혁신을 통해 과거와 단절하고 신뢰받는 야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집권세력의 오만과 방자함이 판을 치는 와중에 미래통합당이 지리멸렬한 보수진영을 힘겹게 통합하고 새 출발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국민은 전열을 정비한 보수정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이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지도부와 공관위의 새 인물 수혈, 개혁공천으로 과감한 인적 쇄신을 이뤄야 한다. 간판만 바꾼다고 신당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과거 정부의 실책과 탄핵을 유발한 책임에 대해 뼈저린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고, 공천과정에서 구태 기득권 정치인들을 뿌리째 솎아내야 한다. 특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 친박을 포함한 원죄가 있는 정치인들을 물갈이하지 않으면 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에 차질을 빚게 될 뿐만 아니라 도로 새누리당이나 한국당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보수의 개념을 확립하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등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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