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웹툰·성악·작곡에 춤까지 섭렵…뮤지컬배우 꿈 함께 키워가는 오누이

  • 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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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1   |  발행일 2020-04-01 제17면   |  수정 2020-04-01
두 살 터울 박용재·소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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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박용재·소현 남매.

뮤지컬 배우의 꿈을 함께 키워가는 박용재씨(22)와 소현씨(20). 대구 출신인 그들은 두 살 터울의 오누이다.

용재씨는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학예회 때마다 노래와 춤으로 그 재능을 일찍 드러내기는 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컴퓨터를 좋아했고 북 치는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때 야구도 했다. 중1 때 참가한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리틀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청소년 뮤지컬 학생부 공연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다. 웹툰 작가가 꿈이라 했을 때도 수긍한 부모였지만 뮤지컬 배우에는 완강하게 반대했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온 부모가 뮤지컬 배우라는 생소한 길을 가려는 아들의 삶을 지지하기에는 불안감이 너무 컸다. 용재씨는 어렵사리 아버지를 설득했지만 목표했던 경기예고에 진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성악을 배우고 연기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다지던 그는 고1 연말에 안양예고에 편입했다. 고2 때 교내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자 어머니도 아들의 재능과 꿈을 인정하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입시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좌절을 맛본 그는 진로를 고민하다 작곡가의 길로 가기 위해 1년간 작곡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고교 친구들과 재회하면서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이 다시 살아났고 노래와 연기에 전념하기로 다짐했다.

재도전한 대학 진학에 또다시 실패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준비기간이 많이 부족했음을 자인했다. 친구들과 자체적으로 공연장을 빌려 공연을 하면서 뮤지컬에 대한 이해와 실력을 쌓았고, 마침내 안양대 공연예술전공과에 입학했다.

소현씨는 오빠와 달리 초등학교 때부터 댄스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다. 자신의 재능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 앞에 서는 두려움도 많이 줄었다.

댄스 동아리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그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문제학생 대하듯 선입견을 가진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

그는 "중학교 때 댄스 동아리 담당 선생님과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제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늘 격려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그는 댄스 동아리 활동을 이어가며 연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고3 때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예담학교 뮤지컬과에 입학했다. 예담학교는 대구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예술진로 집중 교육기관으로, 예술계로 진학하려는 일반계 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한다.

그는 백석예대 뮤지컬과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연기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극동대 연극연기과로 진학했다. 그러나 뮤지컬에 대한 숨겨진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부모를 설득해 한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1년을 준비해 홍익대 뮤지컬과에 입학했다.

성장과정은 달랐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한 길을 가게 된 오누이. 말은 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한다. 무엇보다 가족의 믿음과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이들은 언젠가 한 무대에서 함께 공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사진=도성현 시민기자 superd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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