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의료진" 코로나 사투 일선에 쏟아지는 시민의 '따뜻한 백신'

  •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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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4   |  발행일 2020-03-04 제20면   |  수정 2020-03-04
각종 간식에 손편지까지 보내
주문받은 상점들 원가이하 판매
잇단 대형사고 극복 시민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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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한 시민이 보낸 마들렌과 응원의 손편지를 받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시민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보낸 선물들.(사진 위쪽부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김동은 교수(이비인후과)는 지난달 28일 해 질 무렵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한 시민이 보낸 마들렌(쿠키)을 보고는 크게 감동했다. 진료소를 정리한 후 열어 보니 예쁜 가리비 모양의 마들렌이 가득했고 정성을 다해 쓴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아 선생님들의 건강을 빕니다'라는 손편지도 들어 있었다. 김 교수는 "이날 선별진료소에서 400여 명의 환자 진료가 끝난 오후 5시30분에야 그 달콤한 맛을 볼 수 있었다. 마들렌의 향과 맛이 예쁜 모양만큼이나 좋았다"며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우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간호사들, 진료실 소독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여러 선생님, 그리고 의사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치솟고, 휴업·휴교·재택근무 등 시민 전체가 사실상 자가격리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서도 '따뜻한 바이러스'는 흔들림 없이 퍼지고 있다. 이름과 얼굴을 굳이 밝히지 않은 시민들이 뜻을 모아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에게 떡·사과즙·마들렌·홍삼·견과류·커피 등 간식과 음료를 보내고 있는 것.

동대구 역전시장에서 '빛깔 고운 떡'을 운영하는 이향원씨는 최근 뜻밖의 주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 시민이 코로나19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보내 달라며 떡을 주문한 것. 방호복을 입고 진료하다 끼니를 놓치면 나중에라도 먹을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달라는 부탁도 함께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분의 뜻을 생각하니 원가를 따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재료를 듬뿍듬뿍 넣고 떡의 두께도 더 두껍게 해 600인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씨는 굳지 않는 찹쌀떡, 약밥, 그리고 각종 견과류와 생밤이 들어간 영양떡을 대구 한 병원으로 배송했다.

봉화에서 농사짓는 변우경씨도 최근 한 시민의 전화 주문을 받고 대구경북 의료진 600명이 먹을 사과즙을 준비했다. 변씨는 그 마음에 감동해 사과즙 60상자 배송비를 자신이 부담하는 것은 물론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팔았다. 대구 중구 상화고택 내에서 카페 '라일락 뜨락 1956'을 운영하는 권도훈씨 역시 비슷한 내용의 주문을 받고 이틀 동안 준비한 커피를 대구에서 봉사하고 있는 외지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권씨는 "커피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외지에서 온 의료진이 대구의 따뜻한 맛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상인동 가스 폭발, 지하철 참사 등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대형사고를 잇따라 겪으면서 현명하게 한뜻으로 이겨냈던 대구시민의 저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힘내라 대구경북'을 외치며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을 응원하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김동은 교수는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마음,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처럼 의료진을 염려해 주는 응원과 더 어려운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이 모인다면 머지않아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진정으로 건강한 대구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대구시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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