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편(一師一便)] 교육은 '만남'이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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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6 08:11  |  수정 2020-04-06 08:13  |  발행일 2020-04-06 제17면

어쩌다 모두가 이렇게 개학을 간절히 바라게 된 것인지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개학이 처음 연기되었을 때, 담임인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학급밴드를 만들어 반 학생, 학부모들을 밴드에 초대한 것이다. 예전에 만들던 종례신문을 대신해 시작한 학급밴드 운영이 올해로 삼년째. 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좀 더 의미가 깊어진 학급밴드가 되었다.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급밴드가 우리의 유일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작년에 가르치지 않은 새로운 존재들이기에 서로가 더욱 궁금하고 조심스럽다. 학부모들도 귀한 자식의 1년을 함께할 담임교사가 무척 궁금할 터.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렇게 '신기방기 2학년 3반' 밴드는 시작되었다. 학교 전달사항들을 '#알림'에 올리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콩달콩'에서 나눈다. 주말에는 '#일기'에 오픈 일기를 작성해 서로의 주말 일상을 공유한다. 친구들의 글을 읽고 '좋아요'와 '최고예요'를 누르며 친해지고, 댓글을 통해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랜다.

지구를 위한 1시간 불끄기 행사인 'Earth Hour'가 열린 지난달 28일에는 이 캠페인에 동참해 각자 인증샷을 학급밴드에 올려보자고 제안했는데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인증샷을 보며 지구 살리기 캠페인에 작은 힘을 보탰다는 뿌듯함과 연대감을 느꼈고, 나는 그런 아이들이 예뻐서 과일 맛 캐러멜 기프티콘을 선사했다.

교육은 '만남'이다.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며,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고, 배움과 성장의 만남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개학이 연기되고 학교가 온통 쉼표인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끊임없이 따옴표를 타전하며 아이들과의 만남을 포기하지 않는다.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지만, 교사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할 것이며 우리는 항상 학생들 곁에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교사지만 '그래도' 교사이기 때문이다.

이채미<대구신기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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