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갓' 얼굴 공개...쏟아지는 질문에 문형욱 "계속 답변해야 되나요"

  • 양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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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9   |  발행일 2020-05-19 제3면   |  수정 2020-05-19
텔레그램 n번방 개설자
'절대 잡히지 않는다' 호언장담 온데간데없이 긴장감 역력
"성폭행 지시는 3건 정도…박사방 조주빈과 관련없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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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대화방 'n번방'을 개설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갓갓' 문형욱(가운데)이 18일 오후 안동경찰서에서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떨리는 목소리, 초점 잃은 눈빛, 말라붙은 입술, 그리고 얼핏 순박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

삐뚤어진 욕망으로 'n번방'을 통해 수십 명의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갓갓' 문형욱(24)의 모습은 '악(惡)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나는 경찰에게 절대 잡히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던 텔레그램 대화방 속 자신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이 이 청년을 악마로 만들었을까.

18일 오후 2시 안동경찰서 현관 앞. 검찰 송치를 앞둔 문형욱이 검정색 티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안경을 썼지만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마스크·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범행동기 등을 묻는 질문에는 떨리는 목소리로 "잘못된 성 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께 죄송하다"고 답했다. 영어(囹圄·죄를 저지른 사람을 가두는 곳)의 신세가 될 처지에 놓인 그의 얼굴엔 '신(갓갓)'으로 불리며 n번방에서 악랄한 범죄를 저질러 온 모습 대신 긴장감만 역력했다.

문형욱은 이날 1분 정도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얼굴 공개 심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낮은 목소리로 "죄송스럽고 죄송스럽다"라고 수차례 말했다. 또 '박사방' 주범 조주빈(24)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련 없는 사이입니다"라고 했다. '성폭행을 지시한 게 몇 건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옆에 있던 경찰에게 "계속 답변해야 되나요"라고 물은 뒤 "정확하게는 3건 정도였습니다"라고 답했다.

경찰에 따르면 문형욱은 2018년부터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문형욱은 텔레그램에서 대화방 10여 개를 개설해 범행에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초 피해자를 10명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 왔으나, 문형욱이 피해자 수가 50명이 넘는다고 진술해 11명을 추가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21명으로 늘었다. 또 조사과정에서 문형욱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피해자의 부모 3명을 협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북지방경찰청은 문형욱을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구속해 이날 기소의견으로 대구지검 안동지청에 송치했다. 경찰은 문형욱이 2015년부터 유사한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2015년 6월쯤 저지른 범행을 추가로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추가 피해자를 확인해 보호·지원하고 문형욱 여죄와 공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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