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프레임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 이은경
  • |
  • 입력 2020-05-27   |  발행일 2020-05-27 제27면   |  수정 2020-05-27

2020052501000853800033971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4·15총선에서 문재인정권이 심판받을 것으로 볼 이유는 충분했다. 경제 파탄, 안보 실종, 교육 붕괴, 외교 고립 등 국정의 총체적 파탄으로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든 데다 '조국사건' 등으로 부패와 오만의 극치를 드러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미래통합당의 참패였다.

통합당이 패배한 이유는 100가지도 넘는다. 평소의 잘못은 차치하더라도 선거 직전의 잘못만으로도 패배하게 돼 있었다.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할 선거에서 통합당이 심판받아 문재인정권에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돼 나라와 국민에게 지은 죄가 참으로 크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정권이 심판받고 통합당이 승리하게 돼 있었을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민주당은 35% 전후, 통합당은 25% 전후인 데다 여론주도층인 30대와 40대에서 통합당 지지율은 20%에도 못 미쳤으니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왜 총체적 국정파탄에다 조국사건 등이 터졌는 데도 여당 지지가 많고 야당 지지가 적었을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프레임 전쟁'에서 민주당이 이겨 젊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한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프레임 전쟁에 휩싸여 있다. 편 가르기에 따른 프레임전쟁으로 합법과 불법,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이 무시된다. 내 편이면 어떤 불법·불의·악도 용납하고, 네 편이면 어떤 합법·정의·선도 배격한다. 조국사건, 윤미향사건, 드루킹사건, 한명숙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검찰개혁, 공수처, 선거법 등 모든 것이 옳고 그르냐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판단한다.

이러한 프레임전쟁에서 누가 승리할까?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민주당이 승리한다. 민주당은 끊임없이 민주 대 독재, 개혁 대 적폐, 평화 대 냉전, 복지 대 반복지, 반일 대 친일, 자주 대 친미 등의 프레임을 만들어내 자신들은 민주개혁진보세력으로, 통합당은 수구냉전기득권세력으로 규정한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젊은이와 지식인들이 민주개혁진보세력을 지지하게 된다.

민주당의 이런 '프레임 전략'이 먹혀드는 이유는 무얼까? 통합당이 민주당의 이런 프레임 전략이 먹혀들 소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를 빨갱이 내지 사회주의 세력으로 낙인찍거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특수부대에 의한 폭동으로 매도하며, 문재인정부의 복지정책을 퍼주기로 비난하니 젊은 유권자들이 통합당을 아직도 민주화와 민족통일, 서민대중 보호 등을 외면하는 수구냉전기득권세력으로 인식해서 지지하지 않게 된다.

이미 국민복지가 시대적 추세인 데다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너무나 당연한 데도 통합당은 민주당 정부의 100만원 지급에 딴지를 거는 모습을 보여 선거에서 패배했다. 통합당의 매월 50만원 지급안이 더 합리적인 데도 평소 퍼주기를 비난하는 정당으로 인식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면 통합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민주당의 사이비 진보정책보다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서 프레임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으로 국정운영의 혁명적 변화가 요구되는 때라 '보수' 자체가 지지받기 어려운 터에 '구시대적 보수'에 매여 있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야말로 혁명적으로 변해야 한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