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구 헐뜯기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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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4   |  발행일 2020-06-04 제27면   |  수정 2020-06-04

대구가 동네북이 되고 있다. 대구에 산다는 것만으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요즘은 핑크꼴통이라고들 한다. 총선 결과 전국 대부분이 여당의 상징인 파란색인데 대구경북만 야당의 핑크빛인 것을 비하하는 말이다. 최근엔 대구에서 낙선한 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는 명언까지 남긴 김부겸 전 의원까지 대구를 하대(下待)하는 감정을 드러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가 참 여전하다. 광주가 우리한테 표 안 주는 거나 우리가 민주당에 표 안 주는 거나 뭐가 다르냐고 앙앙불락한다. 이제 그런 소리 그만해야 한다. 그냥 보수가 좋아서 보수정당 찍었다고 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나 대구나 다 같은 대한민국이다. 정치 이념으로 나뉠지언정 지역을 갈라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섭섭하지만 지역주의는 반대한다는 의미다. 지난 20대 총선 당선 때 대구시민을 칭찬하던 태도는 어디 가고 앙앙불락(怏怏不樂)이란 표현을 쓴 것은 좀 거슬린다. 앙앙불락은 매우 마음에 차지 아니하거나 야속하게 여겨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를 대구와 연결 지어 쏟아내는 대구 비하 발언도 듣기 역겹다. 김어준의 물타기 음모론에 이어 SNS엔 "…고향이 대구라 그러신가요?…참 대구스럽네" 등의 인격 살인에 가까운 막말이 쏟아진다.

대구는 총선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매우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 정치적 섬이 된 현실을 스스로 비하하거나, 보수의 생명줄을 이어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다. 회의감과 박탈감, 소외감과 체념 등의 정서가 엉켜 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보듬기는커녕 왕따를 만드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역지사지로 "놈현스럽다. 전라민국" 등의 막말이 싫은 것과 같다. 혐오는 반감을 낳고, 반감은 증오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치권이 이런 패거리 막말들을 보고만 있는 것은 이상하다. 익명의 그늘에서 이간질과 분열을 일삼는 댓글은 사라져야 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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