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 "미국에 비굴하게 추종한다면 온 겨레의 비난과 저주뿐"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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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6   |  발행일 2020-06-27 제4면   |  수정 2020-06-26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자"며 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보낸 가운데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이 남북 신뢰가 어긋난 상황에서 종전과 평화, 번영의 화두를 꺼내며 남북관계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의지와 공동의 노력을 거듭 제안했지만 북한은 사흘 만에 선전매체를 통해 남한 정부의 '친미사대주의'를 비난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측을 향해 고강도 도발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남 전략을 급선회하기가 당분간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26일 '한미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 해체는 남조선 민심의 요구'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가 파국적 위기에 처한 오늘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대양 건너 상전에 기대어 무엇인가를 얻어보려고 어리석게 놀아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실무그룹에 목이 매여 남조선 당국은 북남 선언들을 단 한 가지도 이행하지 못했으며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압박 책동을 정당화해주고 그에 추종하는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남한 정계와 시민단체도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남조선 당국이 계속 미국에 비굴하게 추종한다면 차례질 것은 온 겨레의 더 큰 비난과 저주뿐"이라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기사에서도 남한 내 시민단체의 입을 빌려 남측이 '미국의 눈치를 보며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시민단체의 주장을 전하며 한국군의 글로벌 호크 도입과 한미 연합훈련도 비판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부산 시민단체의 주장을 소개하고 주한미군이 생화학전 부대 운영 인력을 국내에 배치하려고 한 정황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일의 메아리 웹사이트 청취자마당 코너에서는 "이남 정부는 지금 어디로 누구와 함께 가고 있는가. 사대의 올가미를 걸고 미국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 주민이 접하는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이 아닌 대외선전매체를 통한 이날 북한의 대남 비난에 대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원하는 것도 강대강 국면은 아니지만 당분간 긴장국면은 이어질 것"이라며 "어느 정도 명분과 실리 그다음에 여건이 보장돼야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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