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청소 참사' 안전장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발견...인재 가능성 조사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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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28   |  발행일 2020-06-29 제2면   |  수정 2020-06-28
대구 성서산단 내 공장 맨홀 청소작업 중 가스누출 4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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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청소작업 도중 유독가스에 질식해 근로자 4명이 죽거나 다친 대구 달서구 한 재활용공장 맨홀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대구에서 맨홀 청소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2명이 숨지고 2명은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 빠졌다. 경찰은 작업 메뉴얼이 제대로 지켜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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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청소작업 도중 유독가스에 질식해 근로자 4명이 죽거나 다친 대구 달서구 한 재활용공장 맨홀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멘홀 유독가스 질식 4명 사상
2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7일 오후 5시 42분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산업단지 내 한 자원재활용공장에서 맨홀 청소 작업을 하던 인부 5명 가운데 1명이 맨홀 내에서 쓰러졌고 이를 지켜 본 인부 3명이 구조를 위해 맨홀로 진입했다가 잇따라 쓰러졌다. 이들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심정지 상태였던 A(56)씨와 B(49)씨 등 2명은 숨졌다. 나머지 C(49)씨와 D(46)씨는 의식이 희미한 상태이다. 


사고가 발생한 맨홀은 깊이가 2m 가량이며, 컨베이어 벨트로 이뤄진 폐지압축 시설의 부속 시설 가운데 젖은 폐지의 찌꺼기가 쌓이는 곳으로 6개월마다 한 번씩 청소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소방본부가 사고 직후 맨홀에서 잔류 가스를 측정한 결과 황화수소와 이산화질소, 포스핀 등이 허용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화수소는 허용농도 10ppm보다 14배 높은 145ppm, 포스핀은 허용농도 0.3ppm 보다 30배가 넘는 10ppm으로 측정됐다. 황화수소는 한계량을 넘으면 강한 급성 중독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호흡 마비를 일으킨다. 농도가 700ppm을 넘어서면 안전장비 없이 3초 정도만 노출돼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핀은 썩은 생선 냄새가 나며 폐와 간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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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청소작업 도중 유독가스에 질식해 근로자 4명이 죽거나 다친 대구 달서구 한 재활용공장 맨홀에서 소방대원이 잔류 가스를 측정하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제공>

◆소방당국 "안전메뉴얼 안 지켰다 "
산업안전관리공단은 밀폐공간에서 작업할 경우 지켜야 하는 안전 메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작업에 앞서 작업자에게 위험요인과 대응방법에 대해 교육해야 하며, 작업 전 '죽은 공기'를 빼내는 작업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죽은 공기란 산소 농도가 부족하거나 황화수소 등 화학적 질식가스 농도가 높은 공기를 말한다.이를 위해 작업 전과 작업 중 환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작업자가 진입하기 전 송풍기를 이용해 15분 이상 공기를 불어넣어야 하고 들어간 뒤에도 계속 송풍기를 틀어놔야만 한다. 또 작업 중에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안전장구를 착용해야만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멘홀안에는 환기팬 한대가 설치돼 있었으나 작동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고, 쓰러진 근로자들은 발견 당시 장화를 제외한 안전장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구조 과정에서 안전 장구를 제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발견 당시 환기팬은 멈춰있었고, 근로자들은 장화만 착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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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구 달서구 한 재활용공장 내 청소작업 중 유독가스 질식으로 사상자 4명이 발생한 맨홀 모습 <대구소방본부 제공>

◆경찰, 사고경위 본격 수사
경찰은 근로자들이 맨홀 안에 있던 가스에 질식해 쓰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28일 오후 달서구 갈산동 사고 지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점검을 벌였다. 전날 사고 발생 후 맨홀 내부 공기와 젖은 폐지 찌꺼기(슬러지)를 1차로 채집한 데 이어 이날 국과수와 함께 공기 등을 추가 채집해 정밀 분석하기로 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를 불러 작업자 보호 장구 착용 등 안전 수칙을 지켰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 또 숨진 근로자 2명에 대해서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기 등 성분 분석을 통해 내부에 유독가스가 있었다거나 산소 농도가 낮았을 가능성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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