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생 국시 거부…정부는 열린 자세로 해결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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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9   |  발행일 2020-09-09 제27면   |  수정 2020-09-09

무기한 집단휴진을 이어가던 전공의들이 8일 병원으로 복귀했다. 최고조로 치닫던 의료계와 정부 갈등이 큰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의사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의 구제 문제다.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생들 대부분이 국시 거부 단체행동을 하면서 7일 0시 마감된 국시 실기시험에는 응시대상 3천172명 중 14%인 446명만이 응시했다. 이는 역대 실기시험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국시 실기시험 첫날인 8일의 응시자도 6명에 불과했다.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가 현실화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사 국시는 실기시험과 필기시험으로 구성된다. 둘 다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면허 취득 후 대학병원 등에 들어가 전공의로 수련한다. 국내에서는 연간 3천여 명의 신규 의사가 배출된다. 하지만 현 상황이라면 내년에는 신규 의사가 400여 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련병원의 전공의 부족은 물론 공중보건의, 군의관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공중보건의는 지역 보건소나 오지 등에서 복무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의료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정부 측에 의대생들의 구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지만 정부는 이미 두 차례 연기한 국시 실기시험 신청기간을 더는 연장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가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파업 등 다시 강경한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혀 어렵사리 봉합된 의·정 갈등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의대생 국시 거부에 대한 여론은 곱지 않다. 하지만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가 현 상황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 시험관리기관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도 의대생들이 응시 의사를 밝히고 정부가 허용하면 시험을 새로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정부가 열린 자세로 추가 시험 등 구제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도 "의대생들이 '학업에 복귀하고 시험을 치르겠다'라고 입장을 바꾸게 하는 노력을 우선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힌 정부 의견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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