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길따라…떠나자! 상주 핫플레이스] <9> 나각산과 낙동강 역사 이야기관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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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4   |  발행일 2020-09-14 제12면   |  수정 2020-09-14
굽이치는 낙동강·탁 트인 들판…구름다리 오르면 막힌 가슴이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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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각산 두 개의 봉우리는 출렁거리는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다. 구름다리 위에서는 사방의 조망이 막힘없고 장중하게 흘러가는 소백산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낙동강이란 '낙양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낙양은 상주의 옛 이름이니 곧 '상주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 바로 낙동강이다. 상주의 가장 남쪽에 낙동리가 있다. 부산에서 강을 거슬러 소금배가 올라오고, 버스를 실은 큰 나룻배가 강을 오가던 낙동나루의 고을 낙동리. 아주 오래전 낙동리는 강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크게 흔들렸고 서서히 땅이 솟아올라 산이 생겨났다. 강에서 태어난 소라모양의 산, 나각산이다.

높이 240m 나각산 낙동강 조망 최고
소원바위·마구할멈굿터 전설 간직
낙동강 끼고 걷는 숨소리길도 명성
인근 '낙동강 이야기관' 볼거리 풍성


#1. 나각산

나각산은 낙동리 마을 북쪽에 살짝 솟아 있다. 높이는 240m. 산 전체가 둥글어 소라 모양이고 봉우리는 뿔을 닮아 산의 이름은 나각(螺角)이다. 마을 뒤쪽의 들을 가로질러 산으로 향한다. 산이 생겨난 뒤 다시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풍화되고 침식되어 펼쳐진 구릉성 평지가 낙동리 마을이다. 땅에서 물 내가 나는 것만 같다. 황소가 순한 눈 끔뻑이는 축사 몇을 지나면 곧 나각산 입구다.

무성한 솔숲이다. 굼실굼실 춤추듯 자라난 날씬한 소나무들 사이로 좁다란 등산길이 나있다. 길 가 여기저기에는 동글동글한 돌들이 널려 있다. 산이 강이었던 시절의 강돌일까. 솔 향이 달고 맑은 새소리가 가득하다. 새 한 마리 내려 쉬고 있는 팔각정자를 지난다. 여기서부터 등산길에는 폭신한 멍석이 깔려 있다. 잠시 후 길게 줄 선 운동기구들을 지나치면 전망대가 있는 '정상까지 200m' 안내판과 함께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나각산 정상부는 대부분 바위로 큼지막한 강돌이 박혀 있는 역암이 주를 이룬다. 만만한 높이의 산이지만 암봉 때문에 예전에는 오르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계단이 설치되어 토닥토닥 가볍게 오른다. 215개의 계단을 오르면 테라스 같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낙동강과 낙동리, 상주와 의성을 잇는 낙단대교와 낙단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100m를 더 오르면 나각산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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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각산 정상에는 '나각산 해발 240.2m'라고 새겨진 표지석과 함께 나각정 전망대가 들어서 있다.

나각산에는 두 개의 봉우리가 있다. 정상에는 '나각산 해발 240.2m'라고 새겨진 표지석과 함께 나각정 전망대가 서있다. 정상 북쪽에 솟은 조금 낮은 봉우리에는 낙강정이 아슬아슬 올라앉았다. 두 개의 봉우리는 출렁거리는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다. 어느 봉우리에서든 사방의 조망이 막힘없이 시원하다. 멀리 소백산 산줄기가 장중하게 흘러가고 상주의 진산인 갑장산이 손끝에 닿는다. 휘어 도는 낙동강 물줄기와 너른 들판이 와락 달려들고 팔공산 북쪽 기슭에서 출발한 위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모습은 꿈같다.

낙강정에서 몇 계단을 내려가면 구름다리 아래에 소원바위가 있다. 바위 틈새에 돌을 던져 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바위 뒤쪽으로 조금 더 가면 커다란 바위에 뻥 뚫린 굴이 있다. '마구할멈굿터'다.

아주 먼 옛날 한 할머니가 살았단다. 할머니는 낙동에서 가장 나이가 많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강가에서 소라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하늘에 사는 일곱 신선 중 가장 나이 많은 신선이 봉황 알을 먹고 젊음을 유지한다는 것. 할머니는 칠월칠석날 밤 지상으로 내려온 신선들을 뒤쫓아 봉황 알을 숨겨둔 곳을 알아냈고, 몰래 훔쳐 먹은 뒤 점점 젊어지게 되었다. 봉황 알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신선들은 할머니를 마귀할멈으로 변하게 해 차돌 박힌 굴 속에 살게 했다. 굴 벽에 박힌 차돌을 봉황 알로 착각한 할멈은 차돌을 하나씩 빼먹다가 이가 모두 빠져버렸고, 먹을 것이 없어지자 강 아래로 내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굴속에는 차돌이 박혀 있던 흔적이 뻐끔뻐끔하고 사라진 마구할멈 대신 귀여운 돌할매가 살고 있다.

마구할멈굿터를 지나면 나각산의 동쪽 사면을 따라 하산할 수 있는 옛길이 있다. 토끼나 어린 나무꾼이 다녔을 법한 그런 좁은 길이다. 옛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산을 오르내렸을 게다. 원래 나각산은 그저 동네의 야산이었다.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은 상주의 산과 강과 들을 아우르는 'MRF(Mountain-River-Field)' 길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총 13개의 코스 중 낙동리 들판을 지나 나각산을 넘어 낙동강을 끼고 걷는 길은 호젓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숨소리길'이다. 소라껍데기에 가만히 귀를 대면 물결소리인 듯 숨소리가 들려오듯 편안하고 가쁘지 않은 내 숨소리와 조우하는 길이다.

#2. 낙동강 역사 이야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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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 문화, 교육, 체험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낙동강 역사 이야기관'. 앞마당에 들어서면 놀라운 규모의 나무화석들이 눈길을 끈다.

나각산 아래 강변에는 낙동강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낙동강 역사 이야기관'이 있다. 낙동강과 관련된 다양한 역사, 문화, 교육, 체험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낙동강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이야기관 앞마당에는 놀라운 규모의 나무화석들이 전시되어 있고 내부 홀도 엄청난 양의 화석유물로 채워져 있다. 이들은 경북 김천의 인동화석박물관에서 무상 대여한 것으로 내년 11월29일까지 전시된다.

1층은 어린이체험관, 4D영상관, 북 카페, 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 체험관은 낙동강 역사이야기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유적발굴, 문화재 만들기, 이야기 퍼즐 등 놀이를 통해 낙동강을 알아보는 공간이다. 블록놀이와 미끄럼틀 볼 풀장 등 놀이 시설과 휴게실도 마련되어 있다. 4D영상관에서는 신비한 상주여행, 별주부전, 해님달님 등을 무료로 상영한다. 영상관 옆 전시실에서는 '상산선비들, 낙강에 배 띄우다'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물 따라 길 따라 괴나리봇짐을 메고 떠나는 여행을 따라가 보기도 하고 낙동강의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뱃놀이와 시회를 즐겼던 선비들의 삶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2층에는 낙동강 갤러리, 생활문화관, 나룻배 체험관, 경제교류관 등이 있다. 낙동강 갤러리에서는 낙동나루, 의촌나루, 악양나루 등 낙동강 나루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구수한 사투리로 들려준다. 생활문화관은 낙동강의 자연과 낙동강의 변천 과정, 상주의 옛 이름과 낙동강이 낳은 위인들 등 낙동강을 중심으로 살아온 선조들의 삶의 모습들을 소개한다. 나룻배 체험관에서는 낙동강 물길을 가르던 나룻배에 직접 올라 낙동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경제교류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낙동강을 거친 이들의 흔적을 연대별로 소개한다. 낙동강에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나룻배가 오가던 시절의 사람들은 배 삯을 어떻게 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아이들도 알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나루에 지어진 주막도 볼 수 있고 한복 체험도 무료로 할 수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상주시 누리집,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낙동강 역사 이야기관' 입장 무료…월요일은 휴관

◆Tip 


나각산의 주요 들머리는 북쪽 물량리와 남쪽 낙동리 두 곳이다. 물량리에는 주차장이 따로 없다. 낙동리가 교통이 조금 더 편리하며 낙동중학교 가기 직전에 나각산 등산객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2.1㎞다.

'숨소리길'은 낙동강 먹거리촌을 출발해 낙동리, 나각산 등산로, 정상, 구름다리, 낙강정 전망대, 마구할멈굿터, 낙동강 자전거길, 장승백이, 낙단보를 거쳐 먹거리촌으로 원점 회귀한다. 총 길이는 7.7㎞다. 낙동강 역사이야기관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개관한다. 입장은 무료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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