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구내식당·공원, 어디든 무대가 되죠" 네팔에서 온 노동자 유튜버들

  • 진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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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6   |  발행일 2020-09-16 제12면   |  수정 2020-09-16

아쉽립부쉬
아십 림부씨(왼쪽 둘째)가 친구들과 함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내년이면 귀국해야 하는 그는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에 대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본 부산 해운대 바다와 유튜브 제작에 출연료도 받지 않고 함께해 준 배우들(친구들), 그리고 해장국"이라고 말했다. <성서공동체FM 제공>

"레~디~ 액션!!"

평소 100명이 넘는 직원의 식사를 책임지던 구내식당이 주말을 맞아 텅 비게 되자 아십 림부(33·네팔)씨와 그의 친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튜브(Asip Entertainment)에 올리기 위한 영상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한국에 온 지 9년된 아십 림부씨는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의 한 이불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 공장은 특이하게도 100명 남짓한 직원 중 2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모두 네팔 출신이다. 이들은 공장 내 기숙사에 살면서 주말이면 텅 비어 있는 구내식당을 촬영 장소로 활용하기도 하고, 공원이나 강가 어디든 그들이 가는 곳은 다 영상 제작의 무대가 된다.

한국생활 9년차 아십 림부씨
주말마다 유튜브 영상 촬영
일상생활 등 다양한 에피소드
네팔어 제작 구독 200명 넘어


아십 림부씨는 평소 영상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대구 SCN 성서공동체FM 라디오 방송국(이하 성서공동체FM )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10차례에 걸친 미디어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이것이 지금 영상 제작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아십 림부씨는 말했다.

그리고 지난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한 달에 2회 영상을 제작해 올리고 있다.

그가 네팔어로 제작해 올리는 유튜브 영상 구독자 수는 현재 200명이 조금 넘는다. 그가 제작하는 유튜브 영상은 약 5~8분 분량이며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백수 이야기, 코믹하면서도 메시지가 담긴 꽁트 및 일상생활에서의 에피소드 등 다양하다.

평일이면 오후 9시가 되어야 하루 일과가 끝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상 촬영과 편집까지 혼자 마무리한다. 그의 이러한 사연은 성서공동체FM 기획시리즈 7부작 '라디오사람책 My life in korea'에 세 번째 주인공으로 지난달에 소개돼 전파를 타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십 림부씨는 아버지가 외국에서 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고,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 덕분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은행원을 꿈꾸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졸업을 1년 앞둔 24세 때 그의 아버지처럼 낯선 곳에서의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어느덧 9년의 세월이 흘러 현재 한국 체류 기간이 1년 남짓 남았다.

그는 아직 고국으로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은 결정하지 못했지만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그에게는 어머니가 그랬듯이 남편 없이 10개월된 아들을 홀로 키우는 아내가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볼 때 늘 아버지의 부재로 외로웠다. 자신의 아들에게만큼은 자신과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아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아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에서는 더 많은 것들이 지금보다 변해 있기를 바라며 계속해서 유튜브 제작을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와서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웃인 이주민들의 이야기 '라디오 사람책 My life in korea'는 인터넷(www.scnfm.or.kr)으로, 팟빵으로는 '성서공동체FM'을 검색해 다시 들을 수 있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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