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회·35회째… 코로나에도 멈추지 않는 '헌혈 열정' 두 사람

  • 송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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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6   |  발행일 2020-09-16 제12면   |  수정 2020-09-16
탈모치료도 미룬 박종원씨 "헌혈하며 못다한 의술 펼쳐요"
8년간 헌혈기록이 훈장 이경관씨 "또래친구들 많이 동참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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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상황에서도 2주마다 헌혈을 하고 있는 박종원(위쪽)씨와 매번 친구들과 함께 헌혈의 집을 찾는다는 이경관씨.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한창이던 지난 9일 수요일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에 'A형·O형 혈액을 급히 구한다'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다음날인 10일 오후 6시 찾은 대구 동성로 헌혈의 집에선 10여 개의 침대 중 4개에서 채혈이 진행 중이었다. 2008년 처음 문을 연 대구 동성로 헌혈의 집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 연속 헌혈 건수 전국 1위, 이후 2019년까지는 매년 전국 2~3위를 기록한 헌혈의 집이다.

103회째 헌혈 중인 박종원(42)씨. 그는 수년째 특별한 일이 없으면 2주마다 이 시간에 헌혈의 집을 찾아 헌혈한다. 20세 때 큰 수술을 앞둔 이모님을 위해 처음 헌혈을 했고, 30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중의학으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중국에서 의사·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국내로 돌아와서는 현재 대구 여성메디파크병원 해외사업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금도 건강한 혈액을 헌혈하기 위해 헌혈 1~2일 전에는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10여 년간의 헌혈기록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헌혈을 통한 자원봉사 400시간, 30회 은장, 50회 금장에 이어 100회 적십자헌혈유공장 명예장 수여까지. 탈모 증상이 있는 그는 탈모 치료를 하지 않고 있다. 탈모 치료를 하면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를 두고 부인은 남편이 헌혈에 너무 집착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에 담긴 100회 헌혈 기념사진에는 헌혈 중인 그의 곁에 부인이 함께 찍혀 있다.

"제게 헌혈은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헌혈이 곧 일상이라는 것과 헌혈을 통해 제가 못다 이룬 의술을 펼 수 있다는 것이에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35회째 헌혈 중인 이경관(25·영남대 회계세무학과 4학년)씨. 그는 고등학교 1학년인 17세 때 첫 헌혈을 했다. 이후 그는 고교 재학 중 총 15회 헌혈을 했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헌혈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헌혈을 할 때면 항상 친구들과 함께 헌혈의 집을 찾는다. 친구들을 헌혈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다. 2018년에는 아버지·어머니를 모시고 가족 3인이 함께 헌혈한 적도 있다. 그의 휴대폰에도 8년간의 헌혈기록이 훈장처럼 정리되어 있다.

그는 "잠깐의 따끔함을 참으면 내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제 또래 젊은 친구들이 헌혈에 좀 더 많이 동참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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