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글로벌 기업의 두 얼굴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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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5   |  발행일 2020-09-25 제18면   |  수정 2020-09-25
게이츠 한국시장 철수 예고
직장 잃은 직원 충격크지만
선의에 호소해도 효과 없어
기업은 이윤 창출이 목적인
이중적 집단임을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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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지난 6월 대구달성산단 소재 외국계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게이츠가 한국시장 철수를 예고했다. 지난 3년간 매년 약 1천억원대의 매출과 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던 이 회사 직원들은 청천벽력 같은 일방적인 통고에 망연자실하여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다. 몇 년간 노사분규가 아예 없었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휴업이 전혀 없었던 터라 직원들의 충격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게이츠는 블랙스톤이라는 미국계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으로 미국 콜로라도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30개국에 100개 이상의 공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게이츠는 앞으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해서 현대기아차에 판매할 계획으로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로 주주사의 배당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직원들의 열정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직원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이 같은 한국게이츠의 슬로건을 바라보면 147명의 직원과 협력업체 51개사 6천여명의 임직원에게 예고된 비극과 대비되어 마치 지킬과 하이드 같은 이중성이 드러난다.

한 개인은 자신이 하는 어떤 개인적인 일에서도 언제나 선량한 양심에 바탕을 두도록 배워왔고 또 그렇게 되기 위해 많은 수양을 쌓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도덕적인 인간이 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도덕적 개인이 이끄는 사회집단이 집단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서 온갖 부도덕을 감행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인간 사회에서 드물지 않다. 무분별한 개인이익의 추구는 쉽게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어도 집단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고 집단 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명분은 그렇게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독교 정치사상가인 라인홀드 니버의 영감 어린 사회분석의 일단이다. 기업의 탁월한 경쟁력은 도덕성과 언제나 양립할 수 없다는 잭 웰치 GE 회장의 말은 이 분석을 기업의 관점에서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해외진출을 하는 본질적인 동기는 이익의 증대, 원가절감, 유휴시설 활용, 위험분산 등으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윤 극대화가 핵심이기 때문에 도덕적 기준은 설 자리가 없다. 오로지 인류애를 바탕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글로벌 기업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다. 나이키의 성차별, 아디다스 근로자의 열악한 조업환경, 네슬레의 아동학대, 스타벅스와 아마존의 탈세,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등 글로벌 기업의 비도덕적 행동사례를 분석해보면 그 이유는 공통적으로 이윤 극대화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한 기업의 부도덕성을 견제하는 데 있어 개인적 양심에 대한 호소나 설득 같은 것은 별로 효력이 없고 법적 제재나 정치적인 힘 또는 또 다른 이윤창출 유인요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한국게이츠 사태에서도 게이츠 CEO 개인 차원의 선의에 호소한다고 효과가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 1989년 설립 이래 31년간 기여해온 직원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과 그간 쌓아왔던 인간관계 등에 호소해도 글로벌 기업의 본질적인 속성에 비추어보아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한국게이츠의 이해타산은 그들의 합법적 명분론과 기업의 존립 근거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은 이윤창출이란 경계선을 중심으로 선량함과 잔혹함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 집단이란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권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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