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빵지순례의 도시 大邱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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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8   |  발행일 2020-10-28 제26면   |  수정 2020-10-28
한때 최고 매상과 세금
대구빵집이 기록할 만큼
대구는 막강 '빵의 도시'
최근 멜론빵·크로켓으로
'빵지순례 도시'로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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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1980년대. 대구빵의 최절정기다. 전국 일일 최고 매상과 세금, 모두 대구가 찍었다. 그들이 바로 3인방 매머드 빵집이었던 '뉴욕·뉴델(훗날 킹뉴델·황제당)·런던제과'였다. 하지만 1982년 밀탑, 1989년 파리바게뜨의 공습이 시작된다.

대구빵의 역사는 이 3인방을 축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진다. 전반기는 '공장빵의 최강자'였던 수형당을 필두로 고려당, 연이당, 삼미제과, 덕인당, 일성당, 동양당, 맘모스, 구일제과, 삼송빵집, 아루스…. 연이어 풍차베이커리, 최가네 케익, 스텔라베이커리, 그 뒤를 이어 팔공산 초이스엠(최원도), 공주당(박근수), 밀밭베이커리(이정부), 마들렌 등이 빛났다.

하지만 대구빵은 파리바게뜨의 지속적 융단폭격에 휘청거린다. 마지막 보루였던 특수 케이크를 파리바게뜨가 뺏어가 버린 탓이다. 파리바게뜨에 맞선 게 옛 중앙초등학교 옆 스텔라베이커리, 그리고 그 뒤를 최가네 케익·공주당·밀밭·풍차베이커리가 잇는다.

지난주 대구 제빵계 원로 3명이 시내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46년간 동성로에서 풍차베이커리를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권영오(80) 대표, 그리고 그와 절친인 최가네 케익의 최무갑 대표, 한때 '찰떡꿀떡'이란 이름으로 찹쌀떡 신드롬을 일으킨 윤문식씨였다.

폐업 직전의 삼송빵집은 '마약빵'으로 전국구로 등극한다. 절친인 밀밭베이커리 이정부 대표가 야채크로켓의 일종인 '크래존' 기술을 공유해준 것이다. 우정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마약빵, 특허낸 밀밭의 멜론빵, 그리고 반월당 고로케 등 때문에 대구는 졸지에 '빵지순례의 고장'으로 등극된다.

2009년부터 대구에도 프랑스 유학파 제과전문가(파티셰)가 '디저트카페 시대'를 연다. 2010년에는 달서구 상인동 '오월의 아침'(김상중)과 도원동 '뺑드캄파뉴'(박영태)가 건강빵의 대명사인 천연발효종빵, 반월당 '행복빵'은 첨가제 없는 쌀빵을 출시한다. 점차 빵집과 커피숍은 '베이커리카페'로 합쳐졌다. 비슬산 오퐁드푸아, 팔공산 헤이마, 칠성동 빌리웍스, 남산동 남산제빵소, 대명동 넘버스 스타즈, 우즈 등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창베카(창고형 베이커리카페)' 시대를 열어 서울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가 됐다.

2017년은 대구빵이 국제급 브레드시티의 신지평을 여는 해였다. '르배베이커리'의 배재현, '빵장수쉐프 단팥빵'의 박기태, '데일리호스국브라운'(현재 대한제과제빵 대구경북지회장) 배재호가 2017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월드페이스트리컵'에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초콜릿 부문에서 개인상인 베스트상을 받은 배재현은 2001년 르배를 창업해 지역 곳곳으로 세를 확산 중이다. 그해 영남일보는 커피 앤 베이커리 축제도 기획한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무려 140여 명의 막강파워 제과기능장이 있다. 그중 '행운의 시간들'의 이동우와 박기태 대표는 '달구벌명인'이다. 빛나는 대구빵 연대기를 정리한 '대구제과제빵사 그 뒤안길'이 조만간 대구시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아무튼 빵지순례 도시, 대구가 있어 만추는 더욱 룰루랄라!
이춘호 주말섹션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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