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농부에서 노래로 제2의 인생길 꽃 피운 이춘자씨...경력 쌓아 재능기부도

  •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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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17   |  발행일 2020-11-18 제11면   |  수정 20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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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자씨가 지난 13일 대구 달서구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회 트롯트 가수의 날 송년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

노래로 제2의 인생길에 꽃을 피운 이춘자(65, 영천 북안면)씨
이씨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해 끼를 살리고 싶어도 부모님은 '딴따라' 길을 간다는 것에 무조건 반대를 했다. 처녀 때부터 부모님 몰래 재능기부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고 한다. 노래는 부르고 싶고, 결혼하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스물네 살에 결혼했지만 아이 낳고, 농사일 때문에 꿈을 펼칠 수 없었다.


이씨는 9천900㎡가 넘는 포도 농사와 소 20두를 돌보는 일이 벅차고 힘들었지만, 아들 셋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하면서 추억의 창고에 묻어 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흔두 살에 유방암 수술을 하고 힘든 고비를 노래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노래가 그녀의 인생에 불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노래가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씨는 1992년에 '농민 큰 잔치'(인기상), 주부가요제(인기상), 제1회 왕평가요제 대상(1996년), 제1회 영천 포도 축제 장려상(1998년), 영천시민 노래자랑 우수상(2000년), 영천 농민대회 가요대상(2007년)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재능기부 하는 곳도 늘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경로잔치를 비롯해 경북요양원에서 매월 목요일(2시간씩), 금호 효병원에서 매월 24일(2시간씩), 적십자 북안면 봉사회 회장을 맡아서 재능기부를 해 왔다. 현재 적십자 북안면 봉사회 고문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8년 전 알츠하이머병을 앓기 시작한 남편을 차에 태워서 밭일하다가 힘이 들어 포도밭에 간이 집을 지어 낮에는 남편을 돌보고, 남편이 잠자는 밤을 이용해서 이마에 랜턴을 쓰고 포도 순을 땄다고 했다. 1년 전 남편이 떠난 후 혼자 몸으로 농사일을 짓는 것이 힘들어지자 모두 남의 손에 넘기고 노래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꿈을 안고 열심히 살다 보니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아들 셋 모두 자기 앞가림 잘해서 결혼시키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바랄 수 없지요. 막내아들이 엄마 활동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려 준다니 힘이 더 납니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행복이 넘쳐 보였다. 


이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본 허기춘 작사가가 준 '청산에 우는 새야' (홍성욱 작곡)를 받고 날아갈 듯이 좋아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씨는 현재 춘토마토 예술단 단장, 노인지회 실버 전문 노래 강사, 영천시교육문화센터 뉴스타 노래봉사단, 한국연예예술인협회 회원, 대구전통가요협회 회원, 왕평합창단 단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노래하면서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 하는 삶이 소망입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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