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10년 묵은 때, 영남권 신공항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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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4   |  발행일 2020-11-24 제22면   |  수정 2020-11-24
정권 바뀔 때마다 제물 되고
票 향한 정치권 욕심 때문에
시민들은 볼모 잡혀 손실뿐
TK·PK 둘 다 만족 못해도
정치 아닌 경제적인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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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열린연구소장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다.

2021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도시로 손꼽히는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에서 동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 선거를 앞두고 최근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이슈가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남권 신공항'은 무려 14년 전부터 닳도록 들어온 단어다. 이 사업은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국책사업이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단골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백지화'와 '입지 검증 작업'만 되풀이하기 일쑤였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공항 사업을 '제물'처럼 활용했다는 점에 국민은 절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2011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신공항 후보지였던 가덕도와 밀양의 '경제성'이 낮다는 까닭으로 사업을 백지화했지만, 이듬해 박근혜 대선후보가 '신공항 재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간 갈등을 부추겼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김해신공항' 쪽에 힘을 실어주었고, 국토교통부는 2026년 김해신공항 완공을 목표로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해신공항'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2018년 지방선거 이후 PK발 반발에 부딪히며 또 제동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17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안전, 시설운영 및 수요, 환경, 소음 분야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제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슈화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공항 문제를 결론 짓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TK와 PK가 어떠한 타협과 양보도 없이 오직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지역이기주의, 그리고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눈치를 보며 이용해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를 따내려는 정치권의 욕심이 버무려진 데 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공회전하는 사이 '신공항 사업' 위에는 묵은 때가 쌓여버렸고, 영남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정치에 볼모 잡힌 신세가 되어 '실질적 손실'만을 얻은 것이다.

이번 신공항 이슈 재점화에 있어 충분한 명분을 갖지 못하고 또다시 선거 앞에 지역 갈등을 조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정부와 여당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책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린 점 역시 매우 실망스럽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문제의 발화 지점에 매달려 책임 전가에만 몰두한다면, 이 묵은 때는 다음 지선·총선·대선까지 이어져 우리를 싸움의 장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사실 수학 문제가 아닌 이상 '모두에게 정답인 것'은 없다. 모든 사안에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고루 존재한다는 것, TK와 PK는 가장 기본적인 이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격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최선은 정치 이념의 대립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 총체적인 '최대 이익'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보다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추진할 기틀을 구축해야 한다. 사업 추진의 동력은 지역민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최소한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이제는 오래 묵은 그 때를 벗겨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김대식 열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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