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비행기만 뜨면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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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3   |  발행일 2020-12-03 제23면   |  수정 2020-12-03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골프장 갑질이나 불공정 사항들의 시정을 요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골프장들이 그린피나 카트비, 캐디피를 마구 올려 한창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하던 골프를 다시 일부 부유층만이 즐기는 종목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구·축구와 더불어 한국의 3대 스포츠로 꼽히는 골프는 동호인이 500만명 이상이고, 전국의 골프장이 500개를 넘긴 것이 한참 전이다.

청원 게시판의 글을 보면, 평일에도 일부 골프장이지만 30만원에 이르는 비싼 그린피와 시중보다 몇 배 비싼 음식값, 외부 음식의 반입 금지 등이 주요 불만이었다. 골프를 즐기는 동호인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해외 골프가 막히자 국내 골프장이 특수를 누리면서 상당수 골프장이 가격 올리기에 나선 것이 원인이었다. 골프장의 횡포를 막기 위해 대중골프장 50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자유경제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골프장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1999년 정부가 골프장에 많은 세금 혜택을 주었지만 골퍼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았다. 슬금슬금 올리던 요금을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면서 대폭 올린 곳이 많아졌다. 그렇다고 서비스 질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서 골퍼들이 더욱 뿔이 났다.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골퍼들을 호구로 본 결과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한가하게 골프 타령이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많다. 현실은 골프 산업이나 동호인들의 비중이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격언도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의 선에서 그쳐야 한다. 요즘 골퍼들 사이에는 "동남아행 비행기만 떠 봐라. 내가 국내 골프장 가나"라는 농담이 유행한다. 웃고 넘길 말이 아니다. 골퍼들의 외면을 받는 골프장은 결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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