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웃기는 마스크 그림 감상하면서 코로나 고통 잠시 잊어보세요"

  • 조경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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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4   |  발행일 2020-12-16 제11면   |  수정 2020-12-16
실용미술가 정세벽씨 카페서 이색 마스크전
연예인 잇몸 웃음 등 해학적인 그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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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자' 마스크전을 앞둔 실용미술가 정세벽씨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려 넣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든 전시가 취소됐잖아요. 올해 강의 딱 두 번 했어요. 다행히 지원금과 일할 곳을 찾아서 기본적인 것은 해결하고 살지만, 웃을 일이 적어진 것 같아요. 하얀 건치를 드러내고 웃는 그림이 그려진 마스크를 하고 서로 쳐다보면서 웃는 것으로도 좋지 않겠어요?"

실용미술가 정세벽(대구 수성구 삼덕동·46)씨가 15~ 21일 카페 브로슈어(대구 국채보상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자'라는 이색 마스크 전시회를 연다. 정씨는 천 마스크에 직접 그려 넣은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해학적인 마스크 그림이 관람객의 미소를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12월에 태어난 정씨는 자신의 생일에 맞춰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열어 오고 있다. 정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강의, 아트마켓, 그룹전 등 연초에 잡혔던 모든 계획이 무너져 지난 8월부터는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며 "일하는 동안 가라앉은 기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마스크에 그림을 그렸다"고 마스크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처음 몇 장은 말이 히힝거리며 이를 드러내는 그림을 그렸다. 완성된 그림을 보니 너무 재미있어 웃음이 저절로 났다는 정씨는 이후 유희열·김영철·강호동 등잇몸을 드러내며 웃는 연예인을 생각나는 대로 그렸다. 정씨는 "마스크에 그려진 웃기는(?) 그림이 역설적이게도 코로나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것 같다"며 세상이 감염병으로 어수선하지만 마스크 그림을 보며 서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정씨가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첫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하던 때부터다. 아이가 입을 옷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으면 어떨가 생각했던 것.
그때까지 정씨가 그림이라고 접한 것은 핸드페인팅 수업 3개월이 전부. 아이 우윳값이라도 벌겠다는 생각으로 공방(민들레아트)를 운영했다. 회계학을 전공했던 정씨는 전공이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금 불편하다. 비전공자로 공방을 꾸려가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혹시나 편견을 갖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잠재된 소질은 날개를 펼치듯 나날이 빛을 발했다. 그러던 중 2016년 마흔둘이라는 적잖은 나이에 대구교육대학원 조형창작과에 입학하는 결단을 내렸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2018년 5월 '석사학위 청구전'(CU 갤러리)을 마치고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그는 회계학과 출신으로 공예 잘하는 사람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도록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마침내 2018년 12월 '겹치고 겹치고 겹쳐서 어우러지다'라는 타이틀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원단에 그림을 그린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후 2019년 5월 '넘치는 나의 사랑'전, 2019년 12월 '동백꽃 필 무렵'전을 잇따라 열었다. '어디든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다'를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기고 작품 활동을 한다는 정씨는 어제보다 나아진다는 생각으로 매일 살아가고 있다.

정씨는 "지금 당장은 윤택한 삶을 주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는 나 자신에게 투자 중이다. 카페 브로슈어에서 일을 해서 차비 정도 벌어가는 일이지만 너무 좋다. 내 꿈을 만들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자아내는 입 모양(그림)을 보면서 세상의 시름을 잠시 털어내고, 한바탕 웃으며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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