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렬하게…'숏폼'이 대세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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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1   |  발행일 2021-01-21 제15면   |  수정 2021-01-21
길어야 10분…모바일 최적화 콘텐츠
단시간 내 몰입·공감대 형성이 목표
젊은층 타깃 웹 드라마·예능 대표적
제작·공유 경계 불분명해지는 시장
대기업 중심서 '창작 주체' 확장 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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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 새로운 콘텐츠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는 숏폼 콘텐츠. '워크맨'
라끼남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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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펭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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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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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특급'

숏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도 불리는 숏폼 콘텐츠가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과 함께 모바일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했다. 모바일 미디어를 기반으로 생산의 측면에선 상시적인 제작과 공유가 가능해지고, 소비의 측면에선 스트리밍 중심의 향유가 일반화되면서 숏폼은 동영상 콘텐츠의 주요한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넘나들며 자신의 취향에 기반한 콘텐츠를 큐레이팅하는 Z세대들에게 일상적이고 선택적인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서 나타난 소비 형태

짧게는 초 단위에서 길게는 십여 분의 러닝타임을 보이는 숏폼 콘텐츠는 모바일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창작과 향유에 최적화된 형태다. 콘텐츠는 넘치고 시간은 한정적인 시대에 사용자들은 재미도 없는데 길기까지 한 콘텐츠를 참아낼 인내심이 없다. 때문에 편성이나 상영에 제약이 없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통해 전통적인 롱폼 콘텐츠의 장르나 문법에 대한 재구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다루기 쉽지 않았던 소재와 표현 등 콘텐츠적 실험을 지속 가능하도록 한 것이 숏폼 콘텐츠가 가진 힘이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공개하고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사용자와의 직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숏폼 콘텐츠를 대표하는 건 웹드라마와 웹예능이다.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타깃으로 한 웹드라마는 기존 드라마 1~2회 분량을 하나의 시즌으로, 단시간 내에 몰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로맨스물에 주력한다. '연애플레이리스트' '에이틴' 등 로맨스 웹드라마를 계속해 만들어 성공시킨 스튜디오 플레이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웹예능은 캐릭터가 구심점이다.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하는 '워크맨'은 장성규 아나운서가 다양한 직업과 아르바이트를 직접 체험하고 그 과정을 보여준다. 캐릭터 중심의 웹예능에서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도 빼놓을 수 없다. '펭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연령을 초월한 예능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스브스 뉴스 웹예능 '문명특급' 또한 마찬가지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인 '연반인' 재재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악 웹예능을 탄생시켰다. 현재는 스브스 뉴스에서 분리되어 독립 유튜브 채널로 서비스되고 있다. 방송도 숏폼 콘텐츠가 지닌 장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tvN '신서유기 외전' 시리즈,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 등이 대표적 사례다. TV로는 전체 분량 가운데 일부만 편집한 5~6분 분량을 방영하고, 방송 종료 후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분량을 선보인다. 기존 예능 콘텐츠의 구조와 형식을 뛰어 넘은 유연한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퀴비의 실패는 반면교사

숏폼 콘텐츠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있다.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다. 새로운 기술과 콘셉트로 지난해 북미 OTT 산업에 화려한 출사표를 던진 퀴비(Quibi)가 출범 6개월 만에 폐업한 건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5~10분 분량의 짧은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플랫폼이었던 퀴비는 숏폼 콘텐츠에 친숙한 Z세대를 겨냥하고 있지만, 서비스 구성이나 내용 면에서 '틱톡'같은 경쟁사에 한참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리얼리티쇼, 뉴스 브리핑으로 나뉘는 콘텐츠 구성이 Z세대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고, 5~10분짜리 에피소드를 매일 한 편씩 공개하는 방식도 '빈지워칭'(단기간에 해당 콘텐츠를 몰아서 보는 행위)에 익숙한 이용자 성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 부족'이었다. 신생 스트리밍 서비스는 초기 가입자들을 플랫폼에 잡아둘 콘텐츠가 필수적이지만 퀴비는 몇 년 동안 제작사에서 묵은 듯 평범한 콘텐츠뿐이었다.

분명한 건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 제작과 향유의 경계가 불투명해지는 지금, 숏폼 콘텐츠는 한국의 문화콘텐츠 산업 제작자들과 이를 즐기는 사용자 모두에게 더 넓은 가능성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작은 실험이 가능한 숏폼 콘텐츠의 유연함은 창작과 향유의 유동적인 경계를 통해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와 더불어 한류 콘텐츠의 제작 주체를 다양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카카오TV가 예능과 드라마를 아우르는 다양한 오리지널 숏폼 콘텐츠와 함께 모바일 환경에서 최적화된 OTT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이유다. 유튜브가 준비 중인 숏폼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쇼츠 또한 구글이 관련 국내 상표권을 출원한 바 있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를 둘러싼 국내외 시장의 판은 이미 생성되고 있으며, 성장과 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광원은 "숏폼 콘텐츠의 등장과 부상은 글로벌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한류의 주체가 대기업 중심에서 크고 작은 창작 주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지속적으로 작은 실험이 가능한 숏폼 콘텐츠의 유연함과 창작과 향유의 유동적인 경계를 통해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는 한류 콘텐츠의 주체가 다양화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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