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경상남도 합천군 의룡산(儀龍山 481m) ...정상 올라 뒤돌아보니 龍의 지느러미 밟고 지나온 듯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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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9   |  발행일 2021-02-19 제36면   |  수정 2021-02-19
마을 어귀 봄나물 캐느라 분주한 아낙네
산악구조대원 후배 두명과 바위산 산행
훼손 줄이려 필요한 곳에만 놓인 디딤판
두어번 계단오르면 발아래 영상테마파크
숲길 지나니 단애 이룬듯 거대한 암벽
돛대바위 뒤로 정상 향하는 바위구간 길
아찔한 천길 절벽에 탁트인 조망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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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대바위 주변의 바위 구간. 사방이 트여 조망이 일품인 구간이다.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도 입춘이 지나자 한낮 기온이 영상을 웃돌며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듯하다. 마을 어귀에서부터 냉이며 봄나물을 캐는 아낙들 손에 들린 주머니가 제법 볼록하다. 꼭 나물 채취가 목적이 아니라 갑갑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가를 즐기는 목적이 더 클 게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크게 두 곳의 공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한 곳은 집이고 또 한 곳은 직장이나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한곳이 더 있다고 한다. 규칙적인 운동이나 여가활동을 즐기는 사람. 언제 찾아가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서 행복을 많이 느낀다는데, 자연에 나와 봄나물을 뜯는 아낙들도 그렇고, 산을 대상으로 한 공간에서 행복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번에 찾은 행복공간은 합천댐 입구에 오뚝한 바위산인 의룡산(儀龍山)이다. 이름 그대로 용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형상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황매산, 허굴산, 금성산, 악견산과 함께 합천오악(陜川五嶽)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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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바로 아래에 말잔등을 타듯 지나는 바위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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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합천 영상테마파크 내 청와대 모습.

합천댐 하류 황강을 막은 조정지댐과 합천 영상테마파크를 지나 용문2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에 용문사 입구 주차장이 있다. 용문사와 원오선원 안내판이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오르면 악견산으로 향하는 들머리이고, 의룡산은 주차장에서 왼쪽 황강이 흐르는 물길과 나란한 계곡 하류 방향의 길을 따르면 된다. 들머리에는 이정표가 없고 안내리본만 주렁주렁 걸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룡산'으로 적은 화살표 이정표가 있다.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언덕을 오르면 삼거리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 있다.

'의룡산 1.4㎞, 용문사 0.7㎞'의 이정표인데 지나온 용문사 방향 화살표 이정표는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다. 오른쪽은 의룡산 정상에서 하산하게 될 방향이고, 진행 방향의 정면의 길을 따르면 된다. 여전히 계곡과 나란한 길이다가 2~3분 지나자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는데 가팔라지면서 숲길이지만 서서히 바위가 드러난다. 15분쯤 오르니 가파른 바윗길에 발판만 있는 계단을 만난다. 몇 계단을 오르니 밧줄이 아닌 튼튼한 쇠사슬을 설치해두어 잡고 오르도록 해뒀다. 대부분의 산에서는 이 정도 경사구간이면 넓고 반듯한 계단을 설치했을 텐데 최소한의 안전시설물인 발판 계단만을 설치해 훼손을 줄였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을 하듯 최초, 최대의 수식어를 붙여가며 현수교며 다리를 놓아 관광객을 모으기에 바쁜데, 꼭 필요한 자리에만 디딤판만 놓은 이 구간을 오르면서 신선한 느낌마저 든다.

두어 번 계단을 오르니 발 아래 황강과 도로 건너 영상테마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터다. 여럿이 앉아 쉬어가기 좋은 바위인데 좁은 바위틈에서 자라난 분재 같은 소나무 한그루가 시선을 끈다. 바람이 불어 잠시 쉬는 동안은 한기가 느껴질 정도지만 걷기에는 딱 좋은 기온이다. 소나무가 주를 이루는 완만한 숲길을 걸으며 숨을 고르다가 정면에 단애를 이룬 듯 거대한 암벽이 막아선다. 발판만 놓인 계단이던 길에 최근에 새로 계단을 놓아두어 오르기는 어렵지 않지만 가파르다. 바위 위에 걸터앉은 듯 자라는 소나무 한 그루가 뿌리는 3m쯤 위쪽으로 길게 뻗어 바위틈에 박혀 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선 바위 위에는 보상을 하듯 멋진 전망대가 있다. 합천댐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합천읍내 방향의 드넓은 평지가 펼쳐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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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룡산을 오르다보면 발판만 있는 계단을 여러 곳 만난다.

이번 산행에는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는 후배 두 명이 동행했다. 바윗길은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후배들이라 먼저 앞서나가는 후배들을 잡아 세우기를 여러 번. 꼭 잡아 세우지 않더라도 여러 번 산행을 같이해본 경험으로 사진 찍기 좋겠다 싶은 장소가 나오면 기다려주는 센스까지. "형님 여기 풍경 좋네요. 드론 날려도 좋겠는데요."

한번은 드론을 날리다가 절벽 위에 추락한 일이 있었다. 추락한 위치는 멀지 않은데 절벽구간이라 고생한 적이 있다. 산행 시간은 4시간 남짓이었는데 추락한 드론 찾는데 무려 2시간을 허비했다. 그 후로 혹 드론을 날리면 드론의 움직임을 매의 눈으로 관찰해주는 믿음직한 후배다. "드론 날릴라꼬예. 여기도 절벽인데 조심하이소 형님."

황매산 모산재 오르는 길에 돛대배의 황포돛대를 닮은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와 생김이 흡사한 돛대바위 위치에 먼저 오른 후배가 손짓을 하며 부른다. "형님 여기가 더 좋은데요."

비교적 산행거리가 짧아 풍경이 좋은 곳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가며 쉬엄쉬엄 오른다. 돛대바위를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오른쪽이 트인 바위 구간으로 길이 나 있다.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처럼 오뚝한 악견산 정상부가 오른쪽 건너에 보이고, 그 왼쪽 뒤로 금성산이 나란하다. 바윗길을 지나 15분 정도 지나니 완만한 소나무숲길이다가 30m쯤 수직으로 이어진 좁은 홈통 같은 구간으로 올라선다. 정상을 오르려면 정면의 길이지만 왼쪽으로 길이 하나 나 있다. 20m쯤 내려가니 황토가 깔린 공터이고 길은 없다. 다시 되돌아 올라와 능선을 따르는데 왼쪽에 비석을 세운 무덤을 지난다. 이곳까지 묘소를 쓴 것도 의아하지만 비석을 세운 것도 놀랍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말잔등 위를 걷는 듯 바위능선이 이어져 있다. 오른쪽은 천길 절벽이라 아찔하지만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10분 정도 오르니 바위봉우리인 의룡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니 용의 지느러미를 밟고 지나온 느낌의 능선이다. 의룡산이라 적은 나무푯말이 서 있고 정상표석은 없다. 북쪽으로 우두산·오도산·가야산이 일직선으로 보이고, 왼쪽으로 황석산·기백산, 멀리 덕유산까지 거창의 산들도 조망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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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오르던 정면으로 나가면 완만한 내리막인데 4분 정도 내려서면 정면으로 458m 봉우리로 연결되는 길과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악견산으로 연결되는 길이다. 다소 가파른 길이다가 안부가 가까워지자 완만한 숲길로 바뀐다. 노간주나무와 감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구간이다. 7분 정도 내려서니 정면으로 악견산으로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그 아래에 청색의 화살표에다 손글씨로 용문사로 적어두었다. 악견산까지 가려면 직진하면 되고, 용문사에서 원점회귀하려면 여기서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인데 너덜인 데다 가파르다. 30분 정도 꾸준히 내려서면 오전에 지났던 의룡산 1.4㎞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 용문사까지는 15분이면 닿는다.

짧은 코스지만 옹골찬 산이라 허벅지 근육에다 탱탱하게 행복을 가득 채웠다. 아직 하루해가 반쯤 남아있다. 어디 이른 봄꽃 복수초나 노루귀가 없나 살펴보는 여유를 부리며 찾아 보지만 땅만 녹았지 아직 꽃은….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용문사 주차장 -(15분)- 의룡산 삼거리 -(20분)- 바위전망대(분재소나무)-(50분)- 돛대바위 전망대 -(30분)- 의룡산 정상 -(4분)- 458m봉 갈림길 -(7분)- 악견산 갈림길 -(35분)- 의룡산 갈림길 -(15분)- 용문사 주차장

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댐 주변에 500~600m 높이의 산이 여럿 있다. 모두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산이다. 용문사에서 대부분 악견산을 오르고 의룡산은 비교적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들머리가 해발 약 60m이므로 높이와 거리에 비해 만만한 산은 아니다. 소개한 코스를 따르면 약 4.5㎞, 3시간 남짓 소요된다.

☞ 교통

광주대구고속도로 고령IC를 빠져나와 우회전으로 97번 지방도로를 따라 약 2㎞를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황매산군립공원, 합천호관광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합천·고령 방향의 33번 국도로 합천읍까지 간다. 남정교차로에서 합천호 이정표를 따라 조정지댐과 영상테마파크를 지난 뒤 용문2교를 건너면 왼쪽에 용문사 입구 주차장이 있다.

☞주소

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호수로 584-14 (용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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