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 한가운데 '철창 대문'세워진 팔공산 산골마을 무슨 일이?

  • 서민지
  • |
  • 입력 2021-02-21 15:17  |  수정 2021-02-22 07:32  |  발행일 2021-02-22 제6면
주민이 20여년간 이용했던 길 한가운데
2019년초 땅 주인'사유지' 이유로 철창대문 세워
주민 "다른 길 없어...외출하려면 1㎞ 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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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자락 대구 동구 진인동 산골집에서 사는 A씨는 외출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철창 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A씨는 "굳게 닫힌 문으로 인해 이웃 소유의 차는 거의 2년째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고, 가스나 생수 등 생활 물품은 1km 떨어진 집까지 직접 운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공산 자락 대구 동구 진인동의 '인산마을'에서도 외딴곳에 있는 집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는 A씨 등 2가구는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해선 집에서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초록 철창 대문' 옆 여유 공간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A씨 등이 20여년 간 잘 이용했던 육로 한가운데에 2019년 초, 바뀐 땅 주인이 느닷없이 철창 대문을 세웠기 때문이다. 철창 대문이 세워진 이 육로는 A씨의 집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이다. 그의 집 주변으로는 새만금포항고속도로(대구-포항)가 지나고, 이 육로 외엔 다른 길이 나 있지 않아 이 육로를 통하지 않고선 집까지 닿을 수 없다.


대문은 대형 자물쇠 등으로 삼중 사중 꽁꽁 묶여 있어 열 수 없다. 당연히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생수·가스 등 생활 필수용품은 철창 대문 앞까지 차량 등으로 이송하고, 이후엔 1㎞ 떨어진 집까지 직접 나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육로 주변에는 다른 인산마을 주민들의 농지도 있는데,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해 농사 시기를 놓치거나 농지를 놀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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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대문을 통과해 이 길을 15분여 지나야 A씨의 집에 도달할 수 있다.
A씨는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2년째 감수하며 살고 있다"라며 "더욱 큰일인 것은 '뇌수막종'을 앓고 있는 딸에게 언제 긴박한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굳게 잠긴 대문 때문에 119구급대 등이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동구청 등 관련 행정기관에 누차 탄원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육로에 적치물을 설치한 땅 주인의 행위는 헌법에 보장된 주민들의 행복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말 "행정대집행을 해서 철창 대문을 없애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대구 동구청은 땅 주인과 A씨가 민사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 육로가 관련법상 '도로'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법 등에 따라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만 행정기관이 관리하는 '도로'로서 인정될 수 있지만, 이 육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도로로 인정이 되지 않는 곳인 만큼, 땅 주인이 자신의 사유재산에 대문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행정기관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도로로 인정되어야만 A씨의 주장처럼 불법 시설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땅 주인 B씨는 "내 개인 사유지에 왜 차가 드나들어야 하나. 그래도 사람 한 명씩 통과할 정도의 길은 내놨다"라며 "(철창 대문) 안쪽에 농사짓는 사람도 있으니 정 필요하다면 동구청에서 이 땅을 사서 길을 내주면 되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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