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위험천만한 대통령의 습관성 선거 개입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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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1   |  발행일 2021-03-01 제22면   |  수정 2021-03-01
文의 현장 신공항마케팅
선거법 위반사건 피고인
김경수·송철호도 수행해
무감각하든 노림수 있든
법의판단 받아야 할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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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 추문으로 인해 막대한 국고를 들여 실시하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 가덕도 해상에 배를 띄워놓고 신공항 마케팅을 벌였다. 코로나 시국에 국민은 묶어놓고 선거 지원 하러 수행원과 경호원들을 대거 수행시켜 굳이 부산까지 가야 했느냐 등 여러 논란이 있다. 그중에서도 눈을 의심케 하는 가장 뻔뻔한 장면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의 등장이었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을 수행하며 현장 브리핑까지 했다. 내년 대선까지 겨냥해 "부·울·경은 하나다"를 외치는 건 그들의 주특기인 갈라치기가 또 시작됐구나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등장인물을 보면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지독하게 염치가 없는지 두렵기조차 하다.

김경수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1·2심에서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심은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특검이 반발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따라서 김경수는 여전히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도 피고인이다. 2017년 대선 때 여론을 조작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도록 한 혐의가 풀리지 않은 셈이다. 당시 김경수의 공(功)을 문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송철호도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이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 표명 이후 청와대의 7개 부서가 총동원된 사건으로 기소된 13명 중 한 명이다. 현직 야당시장(김기현) 하명 수사, 경선 후보 교통정리, 청와대 산(産) 공약의 혜택을 몽땅 받았다. 울산 부정선거 사건은 수사가 완결되지도 않았다. 작년 4·15 총선 전 수사가 한창일 때는 변호사와 교수단체가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사건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 두 사람을 관권 부정선거 논쟁이 일어날 게 뻔한 부산행에 수행시키고 브리핑까지 맡긴 문 대통령은 무감각한 걸까. 그냥 부·울·경이 함께 가야 할 운명이니 아무 생각 없이 부른 걸까. 아니면 치밀한 계산을 한 걸까. 아무리 여론이 떠들고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해도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라는 메시지라도 주는 걸까. 어느 쪽인지 정확히 파악할 순 없지만 분명한 건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습관화됐다는 점이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제주도지사를 빼고 싹쓸이한 2018년 지방선거 전날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우연히' 잡혔다는 건 그렇다 치자. 야당이 참패한 작년 4·15 총선에서 코로나 포퓰리즘이 판을 칠 때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선거 전날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추경안 처리를 기다리지 말고 지원금을 준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해주고 신청을 받으라"고 깨알 지시를 내렸다.

습관화된 대통령의 선거 개입을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4월의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뿐 아니라 내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에서도 아무 죄책감 없이 정권 차원의 선거농단이 벌어질 게 뻔하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두고 보지 않겠다"라고 엄포만 놓는다. 이번에 탄핵 카드든 뭐든 만지작거리지만 말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대통령의 습관성 선거 개입은 여론의 흐름과 사법부의 판단을 반드시 거쳐야 할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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