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미나리가 제철인데…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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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  발행일 2021-03-05 제23면   |  수정 2021-03-05

미나리가 한창이다. 청도, 팔공산 등 대표적 미나리 산지에서는 제철 맞은 미나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꽃이 피는 늦여름과 겨울 이외에는 수시로 수확이 가능하다. 맛과 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강장, 이뇨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관심이 집중된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봄에 돋아나는 보드라운 미나리는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과 먹어도 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감칠맛 있다.

책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에서는 미나리를 근성있는 식물로 평가하고 그 근성을 한겨울 추위를 극복한 데서 찾는다.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고 자라나는 심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가뭄에도 살아남는 강인함, 겨울철 칼바람과 대결하는 결기가 미나리 특유의 맛과 영양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겨우내 추위에 떨어진 입맛을 미나리가 살짝 돋아줄 즈음 영화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상이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 한인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과 아내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농장을 일구기 위해 아칸소주로 이주하고,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건너온다. 이때 순자가 가지고 온 게 미나리 씨다. 그의 말처럼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순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민자 가족의 삶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미나리에 대입해 보여준다. 3일 국내 개봉된 이 작품이 지난해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기생충'과 같이 아카데미에서도 쾌거를 거두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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