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자랑스러운 교육청이 되려면?

  •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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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2 07:47  |  수정 2021-04-12 07:51  |  발행일 2021-04-1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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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대구지부장〉

대구시교육청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구시교육청 동쪽 건물엔 커다랗게 '대한민국교육수도'라는 로고가 붙어있다. 큰 도로마다 보이는 학교 벽에도 붙어있고 학교마다 태극기 옆에 휘날리고 있다. 한때는 관광버스에도 붙어있었다. 몇 해 전엔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을 만났는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 건물의 전광판에 나오는 교육수도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마치 행정수도는 서울일지 몰라도 교육만큼은 대구가 교육수도라는 걸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교육청 간부들 양복에도 배지나 목걸이로 달려있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교육수도를 교육상수도냐 하수도냐 라는 말로 비아냥댔다. 이젠 그냥 무덤덤할 뿐이다. 최근 간부들의 양복에 달린 배지가 사라진 듯하다. 내가 잘못 본 건지,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투영된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교사들에겐 대구교육이 자랑스럽지 않다. 이 아쉬움이 대구교육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전교조 현장조직이다. 창립된 지 32년 동안 불법·합법·법외·법내 등으로 불안한 조직 상태였고, 해직교사가 끝없이 발생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조합들은 교육청 현관과 분수대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교육청 둘레를 현수막으로 가득 채우는 일은 반복되었다. 이렇게 교육정책을 두고 대립하며 소모적인 긴장과 대립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도 교육청 현관 앞에서는 해직교사 출신들이 32년 동안 미루어져 온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참 길고 긴 문제다. 32년 동안 겨우 두 번의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그것도 법외노조 기간 뭉개졌다. 지금은 2015년에 요구한 단체교섭요구안을 두고 아직도 교섭재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학교 현장에선 내부갈등이 늘어만 간다. 교사, 행정공무원, 공무직 등 여러 노조가 조직되면서 노노갈등도 만만치 않다. 어디서 폭발이 일어날지 날마다 긴장이 된다. 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서 현장에서 작동가능한 정책을 세우고 내려야 한다.

나는 전교조 결성 해직교사 출신으로선 아마도 마지막 전교조 지부장을 맡는 명예를 얻었다. 그동안 지긋지긋했던 대립을 최소화하고 협력과 협치를 기본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하고, 무엇보다 학교 현장을 안정시키고, 이왕 붙여두고 떼지 않을 거라면 명실상부 교육수도에 걸맞은 교육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동안 교육감을 만나고 교육청 소속 간부들을 만나 학교 현장의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빠르게 단체교섭도 체결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또 영남공고 강태운 교사의 복직 등 해묵은 과제들에 대해서도 교육감이 적극 해결할 것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교육청 국과장이나 지원청 교육장과 산하 기관장을 만나면 다들 적극 문제를 해결하려고 수용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어서 신뢰가 생긴다.

신뢰가 그 출발점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뢰를 쌓지 않으면 대구교육은 한 발짝도 가볍게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타 교육청 뒤꽁무니나 쫓아가는 소극정책과 소극행정이라는 욕만 얻어먹을 것이다. 교육수도라는 말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교육청은 학교현장 교사들이 먼저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대구교육을 자랑스럽다 말하도록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교조는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야 시민들이 안심하게 된다.

학교는 3월 준비가 끝나고 참교육이 꽃필 즈음이지만 여기저기에서 교육방법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근래 들어 학부모들의 민원은 도가 지나치고 심지어 공격적이다. 학교나 교사의 작은 잘못에 과잉반응하며 비난하고 심지어 교사의 사과를 넘어 담임교체에다 전보를 요구하고, 여차하면 아동학대로 몰아간다.

학교는 민원에 긴장하고 해당 교사의 자존감뿐 아니라 동료 교사들의 열정마저도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교권보호 매뉴얼을 세밀하게 개선해야 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장학사, 변호사, 상담사들로 구성된 갈등해결지원단이 즉시 현장에 내려가서 객관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제도화하자고 제안한다. 다양한 의견과 갈등을 대립으로 가져가지 않고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하고 풀어가면서 더 나은 방향과 방법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가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마스크에 갇혀있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웃음꽃이 교실 창문을 넘어 마을로 퍼져나가는 자랑스러운 대구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서로 도와야 하늘도 도울 것이다.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대구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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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전교조대구지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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