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슬로시티 대구

  •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 |
  • 입력 2021-04-16   |  발행일 2021-04-16 제20면   |  수정 2021-04-16 08:04

2021041301000442900018081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17일부터 전국 도시지역 내 자동차 제한속도를 주요 간선도로는 '50㎞/h', 그 외 이면도로는 '30㎞/h'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교통안전 정책이 시작된다.

대구시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운전자는 자동차 성능과 다양한 도로 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일괄적인 속도 하향이라며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제한속도를 낮추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보행자 안전 중심의 교통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2019년 4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안전속도 5030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를 내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2천명대로 낮추기 위해서다.

지난해 안전속도 5030을 우선 시행한 부산시는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자가 각각 19%, 17% 감소하는 등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속도 5030정책은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도시부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교통안전 정책임이 증명된 것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103명 발생했다. 이는 타 도시에 비해 교통사고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안전속도 5030 도입이 절실한 실정이다. 지난해 4월부터 대구지역 도로 환경에 맞는 '대구 안전속도 5030'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 경찰, 구·군과 함께 많은 토론과 현장 조사를 마치고 시민의 다양한 의견도 청취했다.

일부 학부모는 어린이 안전을 위해 5030정책을 강력히 원했으며, 통행 시간이 중요한 사업용 차량 운전자는 소폭의 변화만을 희망하는 등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담아 대구 안전속도 5030 시행방안을 마련했다.

대구 안전속도 5030은 자동차전용도로인 신천대로와 테크로폴리스로에 대해선 현행 속도인 80㎞/h를 유지했고, 차량 이동성의 기능이 우선시되는 도시 각 방향별 주요 간선축인 신천동로, 앞산순환도로, 달구벌대로, 동대구로 등은 60㎞/h로 유지 또는 조정했다. 나머지 도시부 도로는 50㎞/h로 조정하는 등 나름대로 대구 교통여건을 고려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한 것이다.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 서울시가 모든 도로의 제한속도를 50㎞/h 이하로 지정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한속도 하향으로 교통체증이 없도록 신호체계 재조정과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처럼 교통안전에 대한 시민의 속도 줄이기 운전습관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후 나타난 효과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문제가 있는 도로는 제한속도를 과감하게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대구 안전속도 5030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구 안전속도 5030의 연착륙을 기원하면서 이제는 교통사고와 같은 불의의 사고로 시민의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없다. 대구시는 시민이 도시 안에서 건강한 생활,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슬로시티(Slow City) 대구'를 통해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없어질 때까지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