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윤석열, 5월 등판하나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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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30   |  발행일 2021-04-30 제23면   |  수정 2021-04-3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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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윤석열, 빠르면 5월 등판도 가능하다. 첫째, 이미 확고한 출마 의지가 있다. 한때 이를 의심했었다. '그렇게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온 그가 설마…'라는 이유에서다. 이제 의심의 안개가 걷혔다. 이미 전문가들과 외교와 경제, 노동 정책을 열심히 공부한다지 않나. "학습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가정교사'들의 공치사는 무척 의도적이다. '너무 뜸을 들이면 탄다'는 주변의 조언을 허투루 듣진 않을 것 같다.

둘째, 등판 시기를 놓고 지나치게 유불리를 셈할 필요도 없다. '당당한 도전'은 빠를수록 좋다.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제대로 '준비된 자'의 자격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준비'를 한다며 문을 걸어 잠그고 개인 교습 모드에 들어간 것은 적절치 않다. 국가지도자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직 출신 범생'들이 반복해온 실패한 방식이다. 정치와 국가경영은 속성으로 공부해서 터득되는 게 아니다. 민심의 거친 광야로 뛰쳐나가 단단히 연단해야 한다. 상대의 잘못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훔치거나, 상처 입을 것이 두려워 숨어 때를 기다리는 듯한 유약한 국가지도자는 바라지 않는다. 당당히 도전해 쟁취하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 '공정'의 가치에도 부합한다. 한 번씩 툭툭 던져 간을 보는 '에피소드(episode·일화)정치'는 정도가 아니다.

셋째, 시간을 끌면 결국 상황에 끌려다닌다. 어디에 얹혀 연명하는 신세로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스스로 주도하지 못하고 가치도 실현할 수 없다. 그런 정치를 원하진 않을 거다. 국민은 '윤석열의 가치'에 주목한다. 기존 정당·인물과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모호하다. 노동은 중도? 외교는 동맹? 정치는 개혁보수? 뚜렷한 비전과 정책으로 지지층을 다지면서 평가를 받는 게 정공법이다. 모호함이 길어지면 피로감이 커지고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넷째, 집을 나서자마자 받게 될 질문이 있다. 제3지대인가, 국민의힘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최소한 갖고 문을 나서야 한다. '흙탕물에서 같이 놀면 똑같은 사람 된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는 경고는 새길만 하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조건 국민의힘에 들어가야 한다. 7월이면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있고 여름부터 전국 순회 경선이 시작되니 여유가 없다.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려면 '제3지대'다. 김종인이 그리는 윤석열의 길이다. 2008년 오바마, 2017년 마크롱이 걸었던 '위대한 행진'의 한국판이다. 혜성처럼 등장해 단숨에 정권을 잡은 마크롱은 윤석열에게 매력적 롤모델이다. 좌우로 양분된 주류 정치의 굴레에 속하지 않은 것도 닮은꼴이다. 양당 체제에 대한 염증이 높은 사회 분위기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더 바삐 움직여야 할 험한 여정이다.

이건 간과하지 말자. 윤석열의 대선 출마. 불행한 시대적 산물이다. 검찰총수가 퇴임 후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건 나쁜 선례가 되기에 족하다. 그가 한 모든 수사가 의심받기에 충분한 상황설정이다. 군이 정치에 오염되는 것만큼이나 검찰의 정치오염은 위험하다. 공정이 생명인 판관(判官)과 가치가 격돌하는 정치는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좋다. 그런데 이게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불행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윤석열. 죽음을 앞둔 예수의 고뇌에 찬 기도가 위로 될까. '내 아버지여 만약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5월 등판이 개선장군 등장 같은 장면으로 연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족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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