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이라고 정부 지원 인색…위상 흔들리는 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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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7   |  발행일 2021-05-07 제23면   |  수정 2021-05-07 07:20

경북 포항 포스텍(포항공대)의 미래 위상이 흔들린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포스텍의 미래가 불안정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 등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특성화대학들이 있다. 이런 국립 과학기술대학들이 국가의 예산 지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포스텍은 포항제철이라는 사기업이 주도하는 사립대라는 이유로 규제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자산 투자에서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종합사립대학 기준에 맞춰야 한다. 정부가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한전 주도의 한국에너지공대까지 설립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국에너지공대 설립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포스텍이 어떤 대학인가. 1986년 국내 첫 연구 중심대학으로 개교했고, 지난 30여 년간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한 중요한 대학 아닌가. 포스텍 설립은 당시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을 위한 첫 단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고도화 없이는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대학으로 출범했다. 그동안 포스텍 출신 우수 인재들이 국내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중요한 대학의 위상이 4차 산업혁명 대변혁을 앞두고 흔들리다니 말이 안 되는 상황 아닌가.

현재의 포스텍 보유 자산 및 재정으로 학교의 안정적인 운영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미래 과제는 안정적 운영만으로는 미흡하다. 향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신산업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와 인재 확보가 관건이다. 그런데 지금 재정으로는 신산업 준비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죽했으면 최근 대학 이사회에서 대학 기부채납을 통한 국립 전환을 검토했겠나. 이래서는 포스텍 설립 당시 목표였던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본연의 위상을 유지할 수가 없다. 정부는 국립 과학기술대학들에 지원을 해주듯이 국내 최고의 공과대학인 포스텍에도 재정 지원을 해줘야 마땅하다. 그 전에 학교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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