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코로나發 학력저하·학업격차 심각하다

  • 여택동 영남대 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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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  발행일 2021-06-11 제22면   |  수정 2021-06-11 07:18
코로나로 기초학력미달 급증

읍면지역과 남학생이 더 심각

현정부 학업평가 경시풍조 탓

정확한 교육현실 진단도 부재

포스트코로나 대비로 해결을

[경제와 세상] 코로나發 학력저하·학업격차 심각하다
여택동 영남대 무역학부 교수

코로나19 발발 1년5개월. 최근 수출, 고용 등 경제지표들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교육 현장에서 대면 수업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고3 학생과 초등 저학년 학생들이 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데, 2학기부터는 초·중·고 등교 수업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교하지 않고 원격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초·중·고생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학습 시간도 많이 감소하였다. 교육자치연구소의 전북지역 초·중·고학생,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원격 수업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매우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학업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한다.

지난 2일 교육부의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중3, 고2 학생들의 국어·수학·영어 학업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하여 중위권 이상의 학생 비율은 감소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늘어났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학습 결손에 따른 학력 저하가 더욱 심각해졌으며, 학업 격차도 더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지역과 성별에 따른 학업 격차도 나타나, 읍면 지역보다 대도시 학생,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학업 수준이 훨씬 높았다.

최근 몇 년간의 학력 저하 추세에 대한 교육부의 무대책과 코로나발(發) 학력 저하와 학업 격차에 따른 뒷북 대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경제 전문가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의 전국 또는 광역단위 학업평가 경시 풍조가 정확한 교육현실 진단의 부재를 초래하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서는 방과후 학업 프로그램, 방학 중 학습캠프, 보조교사와 튜터 등 포스트코로나 학습지원 체계를 시급하게 준비하여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하누셰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원격 수업을 진행한 지난해 1년간 미국 학생들의 학습 시간이 독서 116시간, 수학 215시간 감소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학습에 미친 충격은 공평하지도 않아서, 저소득층이나 흑인,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 학생들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기술혁신, 노동자의 능력과 지식, 기계·설비 등 자본, 천연자원 등인데, 기술혁신과 지식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그런데 지난 1년 반 기간 동안 학습시간의 감소와 학력 저하에 따른 기술과 지식의 축적이 감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각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생산성 손실을 감수하여야 할 것이다.

하누셰크 교수는 지난 1년간의 학업시간 감소가 미국 경제에 약 25조~30조달러(약 3경 원)의 생산성 손실을 유발할 것이며, 학생 개개인의 평생 소득은 평균적으로 6~9%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미래의 노동자인 어린 학생들에게 미치는 학력 저하와 학업 격차의 장기적인 영향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MIT의 브랑사드(O. Blanchard) 교수는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1년 반 동안의 잃어버린 학습 시간을 향후 2~3차례의 방학 기간에 충분히 보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1년 뒤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들과 교육정책 결정자들은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미래세대인 어린 학생들의 학습과 학력을 어떻게 정상화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여택동 <영남대 무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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