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수도권 공모'로 이건희미술관 입지 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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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8   |  발행일 2021-06-18 제23면   |  수정 2021-06-18 07:12

영남권 5개(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 시·도지사로 구성된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가 국립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 절차를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공모'로 추진해 달라는 공동건의문을 어제 채택했다. 이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지자체 간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정부가 미술관 입지 선정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해 반발과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데 시·도지사의 뜻이 모인 결과다. 협의회는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대통령이 이건희 미술관 건립 검토를 지시한 후 전국 30여 지자체에서 미술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유치를 위해 초등학생 손편지 쓰기는 물론 구청 청사를 제공하겠다는 제안까지 등장했다. 대구도 미술관 건축비 제공이라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미술관 유치를 두고 빚어진 과열양상이 명분을 줬다. 문체부 장관이 지방 간 과열 경쟁은 국고손실이라며 많은 국민의 접근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방은 안중에 없는 뉘앙스의 발언에 지역민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우리나라 문화시설의 36% 이상, 그중에서 미술관은 50%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됐다. 지역민의 문화적 소외 극복을 위해서도 비수도권의 미술관 건립은 필요하다. "매년 수도권으로 10만 명의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문화의 불균형 때문"이라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내려왔지만, 청년들은 같은 기업체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근무를 다르게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지역은 살만한 곳이 아닌 것이다. 이러니 지방 소멸 위기가 어찌 오지 않겠는가.

부산시가 이달 초 문체부를 찾아 공모로 입지를 선정해 달라고 공식요청하면서 부산이 앞장선 격이 됐지만, 공모할 경우 승리의 잔은 누가 쥘지 아무도 모른다. 대구는 '삼성의 뿌리'라는 자부심이 크다. 대한민국 대표 미술도시이고 남부권 교통의 허브다. 대구 유치의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핵심 쟁점은 입지와 입지선정방식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공모와 정부 지정으로 압축된다. 협의회가 명분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 요청한 셈이다. 정부의 현명하고 공정한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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