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탓이라고 치부 마세요…청소년 우울증일 수 있어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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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6 07:43  |  수정 2021-07-06 07:47  |  발행일 2021-07-06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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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학생 20~30% 우울감 경험…아이도 우울증 생긴단 사실 모르는 어른 많아
흔한 증상은 짜증 내기지만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많이 자려는 경향도
경증일 땐 면담·중증일 땐 항우울제 치료…약물중독 걱정은 안해도 돼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정신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도 그끝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5명 이상이 모여 마음껏 이야기할 수 없던 상태로 1년 반 이상을 보냈다. 이제 2주만 지나면 인원에 제한 없이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시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음에 불안감은 여전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성인들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낀다면 어린 아이들은 어떨까. 서로 몸을 부대끼며 땀을 흘리고 놀아야 할 아이들이 학교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이런 아이들에게도 우울감이 비켜나갈 리 없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모르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국내 청소년(9~24세) 인구는 약 854만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16.5%를 차지한다.

◆ 청소년에게 덮친 코로나 블루

2020년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2.2%, 여학생 34.6%로 나타났고 남녀 모두 학년이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감은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울감의 위험요소가 되는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학생 31.7%, 여학생 48.8%로 스스로를 기분 좋게 만들고 싶어서 마시는 음주율은 남학생 16.9%, 여학생 13.0%로 둘 다 고학년일수록 증가했다.

이런 탓에 10대들의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만3천799명이다. 한 해 전보다 129명(0.9%) 늘었다. 이중 10대 자살률은 2017년까지 4.2∼4.9명이었지만, 2018년에는 5.8명, 2019년에는 5.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청소년 자살자 수는 876명으로 2018년보다 49명(5.9%) 늘었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의 변화에 세심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아이가 사춘기라서 변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많지만 아이의 행동이 변한 것을 단순히 사춘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이것이 단순한 사춘기가 아니라 우울증이 아닌지 부모로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경북대병원 정운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단순히 사춘기인 탓으로 치부하기보다 우울증이 아닌지 의심해야 하는 이유는 우울감을 경험한 청소년이 너무나 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인지 알아 봐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우울증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려서 아이들의 주된 과제인 공부하기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가성치매'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유 없이 자주 짜증 내면 의심을

그렇다면 청소년기 아이들이 단순한 사춘기가 아니라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문의들은 청소년기의 가장 흔한 우울증의 증상을 '짜증 내기'라고 설명했다. 이전과 비슷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짜증 내기 즉 '자극 과민성'이라고 한다. 어른들의 우울증은 입맛이 떨어지고 잠을 못 자는 경우가 흔하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너무 많이 먹거나 너무 많이 자려는 경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웃고 떠들고 잘 놀다가 집에만 들어가면 마치 팔다리가 납으로 만들어진 양 축 처져서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못 한다. 우울증은 흔히 불안해지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과도하게 걱정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잘 운다. 안절부절못 하니 지긋이 앉아서 해야 하는 과제를 해내지 못 한다.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결정을 잘 하지 못 하는 결정 장애로도 나타나며 긍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것에만 집중하니 입만 떼면 불평 불만투성이이다. 이전에 재미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재미없어 하고 만사 의욕이 없다.

무엇보다 아이가 이전과 다른 아이가 된다. 행동이 변하는데,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 하고 제 시간에 학교를 가지 못 하고 늘 해야 하는 씻기나 학교 가기를 귀찮아하고 성적이 떨어지고 친구 관계와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이렇게 살 바에는 죽는 것이 낫겠다'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게 되고 죽음에 대해 찾아보거나 자기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여기서 말한 증상들이 다 있어야 우울증이 아니라 다섯 가지 정도만 있어도 우울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청소년은 대인 관계에서 거부당했을 때 못 참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는데, 분노 반응이나 공격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고 아이들은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은 문제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특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멀리 떠난 경우, 사망한 경우,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우 아이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전학과 이사는 우울증의 위험 요소가 된다. 특히 부모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아이들 앞에서 많이 싸운 경우, 부모가 자신이 우울증이나 불안이 심해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위로가 필요할 때 지지해 주지 못 하는 경우에도 아이들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아진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치료를 하지 않은 경우 나이가 들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경증은 면담, 중증이상은 약물치료

치료는 경한 우울증인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수정하는 면담치료나 인지행동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중등도 우울증과 중증 우울증의 경우에는 약물치료, 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등 항우울제를 최소 6개월 이상, 호전되더라도 일 년은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하면 떠올리는 중독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항우울제는 중독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이 호전되면 집중력이 돌아오고 성적이 나아지고 더 잘 웃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스스로 약을 챙겨 먹는 경우가 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정 교수는 "최근 집중력이 떨어져 성적이 떨어진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반드시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아이를 데리고 가서 정확한 상황에 대한 분석을 받아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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