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인기 분석해 보니...기막힌 상상력에 예측불허 전개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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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1   |  발행일 2021-07-22 제15면   |  수정 2021-07-22 07:41
결사곡
역시나 단순한 부부극이 아니었다. 시청률 제조기 임성한 작가의 TV조선 주말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이 기막힌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예측 불허 전개로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막장으로 치부되는 시선도 존재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즌1의 6~9%대(닐슨코리아) 시청률이 시즌2에선 거침없는 고공행진을 펼치더니 지난 18일 방송에선 12.5%를 기록했다. 약 10년간 이어온 TV조선 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다. "시즌1이 '순한 맛'이라면 시즌2는 '마라 맛'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관계자의 말마따나 회를 거듭할수록 강렬한 임팩트와 몰입감이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결사곡
◆임성한 월드의 귀환
'결사곡'은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드라마계에 한 획을 그은 임성한(필명 피비) 작가의 6년 만의 복귀작이다.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현실적인 대사와 상상을 뛰어 넘는 전개, 다채로운 인물로 구성된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시그니처 장면의 배치와 함께 '결사곡'에 이르러 한층 무르익었다는 느낌이다. 특히 '겹사돈' '무속인' '기생집' 등 소재의 한계가 없던 임 작가답게 통념을 비튼 러브스토리로 공감과 감탄을 자아냈다. 남편들의 충격적인 바람의 징표와 이혼 선언이 시선을 강탈하고, 불륜을 추적하는 신개념 역주행 타임라인으로 현실적인 부부의 비밀과 파란의 실체를 전시해 신선한 충격과 이야기를 담는다. 시청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다양한 떡밥을 추측하고, 예측 불가한 결말을 기대한다.

임 작가의 드라마가 '국내에만 통하는 막장극'이라는 지적도 무색하다. '결사곡'은 시즌1과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시즌1은 넷플릭스에서 '많이 본 콘텐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시즌2 역시 2위까지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넷플릭스 주 타깃층이 10∼30대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랑이 필요한 30대, 보이는 것이 중요한 40대, 제2의 사춘기 50대 부부가 겪는 이야기는 이처럼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전하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 방식을 흥미롭게 전달한다. 이는 입안을 마비시키는 매운맛이 아닌 은근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매운맛의 차별화다. 임 작가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이미 인정받은 탄탄한 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사곡3
◆스토리 빌드업
소재로서 '불륜'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 '결사곡' 또한 남자 주인공 3명 모두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을 효율적으로 극에 적용하지만, 불륜만이 이 드라마의 성공 충분조건은 아니다. 불륜이라는 통상적 소재에 얽힌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와 갈등을 통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색다른 드라마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시즌제의 특성상 '결사곡2'는 지난 시즌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왔다. 극성이 강한 빌런을 새롭게 투입해 파격의 고지를 점령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시즌1이 프롤로그에 해당한다고 예고했던 것처럼 30대, 40대, 50대 세 부부의 분란과 미스터리, 세 남편의 불륜에 관한 정보를 세세히 알려주며 각 캐릭터의 행동에 납득 할 수 있는 개연성을 부여했다.

그렇기에 전남편 박해륜(전노민 분)에게 날린 이시은(전수경)의 싸대기에 환호하고, 불륜녀 송원(이민영)의 임신에 감격한 30대 남편 판사현(성훈)에게 어이없어하고, 사피영(박주미)이 남편 신유신(이태곤)의 바람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엄마 모서향(이효춘)의 마음을 이해하고 흘린 통한의 눈물에 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결사곡'은 이처럼 '사랑'이란 만국 공통어에, '부부'라는 관계 형성으로 이뤄지는 갈등을 나이대별로 나눠 한층 깊이 있고, 풍요롭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사곡
◆입체적 캐릭터 열연
배우들의 열연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결사곡' 속 인물들은 완벽한 선역도 완벽한 악역도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팔딱대는 생동감을 더한다. 성훈은 부인 앞에서도 불륜녀를 향한 마음을 들키는 철없음을, 이민영은 판사현의 이혼을 말리면서도 판사현 부모를 흔드는 이중적인 면모를, 이가령(부혜령 역)은 남편의 불륜에 분개하지만 다른 이성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모순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

또한 이태곤은 불륜이 드러나 위기에 놓인 신유신의 당혹스러움과 이혼을 막기 위해 아미까지 설득하는 이기심을 찰떡같이 소화하고 있다. 여기에 남편의 불륜으로 철저하게 무너진 사피영의 분노와 통한의 오열, 걸크러쉬까지 연기 포텐을 원 없이 터트리고 있는 박주미와 앞뒤 없는 아미의 당찬 면을 끌어올린 송지인의 열연도 빛난다. 가정을 버렸지만, 아이들과의 재회를 꿈꾸는 박해륜 역 전노민, 박해륜의 내로남불에 휘둘리지 않는 업그레이드된 이시은의 정신력을 보여준 전수경도 극의 매력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 18일 방송분에서 보여준 이태곤과 박주미의 2인극 구성이 눈길을 끈다. 결혼과 이혼, 사랑과 증오, 반성과 변명 등 인간의 상반된 감정을 한 데 버무린 임 작가의 필력과 자신감이 유난히 돋보였는데, 드라마 게시판에도 "임성한 작가가 아니면 누가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을까" "독특한 경험을 했다"는 등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제작사 안형조 대표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을 만큼 실험적인 회차였지만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화답했다"며 "'결사곡2'는 이후에도 상상도 못 할 색다른 서사와 결 다른 충격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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