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의 대선 판 읽기] 이재명·윤석열 정조준하는 저격수는? 김영환·조대환 경계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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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2 17:25  |  수정 2021-08-17 16:22

총성과 포성 없는 전쟁에 비유되는 대통령선거 철이 되면 으레 '저격수'가 등장한다. 상대방 유력 후보의 허점이나 급소를 정확히 찔러 상처를 입히는 역할을 한다. 물론 팩트 확인 없이 정치공세를 취하다가 역공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저격수는 대선 전선 곳곳에서 나타난다. 당내 경선이 벌어졌을 땐 같은 진영 안의 다른 후보 캠프에서 저격수가 총구를 겨눈다. 당 후보가 최종 확정된 뒤 다시 같은 편이 됐음에도 심각한 휴유증을 남길 정도로 자극적인 말의 폭탄이 쏟아진다.
 

노선과 이념이 다른 진영의 유력후보를 겨냥한 말 폭탄은 더 무지막지하다. 무더기 고소고발에 따라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일이 다반사다. 보통은 선거가 끝나면 일괄 취하 하지만 '당선무효'를 노리는 경우엔 끝까지 가기도 한다.
 

지지율이 별로 나오지 않는 후보에겐 저격수가 필요없다. 반면, 각 진영 1위 후보를 겨냥한 저격수는 여러 명이 배치된다. 현 시점에서 여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범야권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각 1호 표적이다.
 

이재명은 경선 초반에 집중 공격을 받으며 1대 8 싸움을 했다. 그 땐 상대후보 모두가 저격수였다. 지금은 1위 자리를 넘볼 정도로 맹추격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직접 이재명 저격수로 나서 있다.
 

이재명은 본선을 염두에 둔 범야권 대권 주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하는데, 최근 범야권 1위 주자 윤석열 진영에 명중률 높은 저격수가 합류했다. 윤석열을 돕겠다며 스스로 캠프를 찾아간 4선 의원 출신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다.
 

김영환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바른미래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이번 대선판에서 이재명의 아킬레스건으로 간주되는 의혹의 대부분은 당시 김영환이 제기했다.
 

배우 김부선이 폭로하는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형수 욕설, 성남FC 후원금부터 조폭 연루설까지 다양한 의혹들이 그 때 김영환에 의해 쏟아졌다.
 

김영환은 22일 유튜브 채널 '송국건의 혼술'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선거 때 이재명의 급소들을 몽땅 찾아서 밥상을 차려놨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들이 떠먹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김영환은 또 "이재명은 망종(亡種·몹쓸 종자)이다. 그가 경기도지사가 돼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라고도 했다.
 

김영환이 호위무사를 자처한 윤석열도 여러 저격수에게 노출돼 있다. 문재인 정부 초반에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던 윤석열을 향해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하나 같이 '배신자' 프레임을 씌운다.
 

특히 윤석열과 1년 동안 사투를 벌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을 잡기 위해' 출마한 것 같은 기세로 몰아붙인다.
 

윤석열은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10명이 훌쩍 넘는 범야권 대권주자들도 일제히 총구를 그에게 겨누지만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서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는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에서도 검사 선배인 홍준표 의원이 던지는 비수에 날이 잔뜩 서 있다. 윤석열의 우군인 정진석 의원과 서로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안 간다"라며 날카로운 설전을 벌일 정도다.
 

범야권 안에서 윤석열의 맞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이미지 관리일 수도 있다.
 

대신 최재형 캠프에서 '윤석열 저격수'를 자임하고 나선 인물이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마지막 민정수석을 지낸 조대환 변호사다. 최재형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그는 전국을 순회하며 최재형 지지모임을 개최하는 '별을 품은 사람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조 변호사는 '송국건의 혼술'에 출연해 '수사팀장 윤석열'이 활약한 박영수 특검을 "파쇼"라고 했다. 윤석열에 대해선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위의 용어를 동원해 맹비난 했다. 윤석열이 공격성 강한 저격수에게 노출돼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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